스웨덴 CPUP(Cerebral Palsy Follow-Up Program) 시행 후, 뇌성마비 환자의 고관절 탈구 발생 빈도 현저히 낮아졌다

우채윤 승인 2020.11.02 10:17 의견 0
뇌성마비 환자의 고관절 탈구 정도는 주기적인 엑스레이 촬영으로 알 수 있다

 

두 살 때 뇌성마비로 진단된 김민수(21)씨는 최근 엉덩이와 다리 부위의 통증이 심해져 밤에도 잠을 이루기 힘들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도 고욕인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2살 때 뇌성마비 진단을 받고 한번도 걸을 수 없었어요. 최근 통증이 참을 수 없이 심해져 병원에 자주 가게 되었는데, 담당의는 뇌성마비 환자는 근육이 경직되고, 항상 휠체어에 앉아 생활을 하다보니, 고관절 탈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한 결과 고관절이 완전히 탈구되기 전이라고 합니다."

뇌성마비는 뇌의 이상에 의한 혹은 뇌에 원인이 있어, 근육의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뇌성마비 고관절 탈구는 대개 생후 2년~10년 사이에 발생하며, 뇌성마비 환자의 약 30퍼센트에서 나타나는데, 고관절이 탈구될 경우 김민수(21)씨의 경우와 같이 통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일상생활이 힘든 지경에 이르기도 하죠.

정형외과에서는 고관절이 탈구 되어 심한 통증, 보행불가, 관절운동제한, 신경마비 등의 증상이 생기면 대퇴골 절골술 등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1994년부터 뇌성마비 환자의 고관절 탈구를 조기에 예방하고자, 뇌성마비 또는 뇌성마비가 의심되는 어린이를 위한 고관절 탈구 예방 후속 프로그램인 CPUP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이고 표준화된 관찰과 관리프로그램인 CPUP를 통해 심각한 근육의 수축이나 고관절 탈구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아동이 조기에 발견되어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발달의 최대치를 달성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2015년에 시행된 ‘CPUP 20년 추적조사’ 결과에서 고관절탈구의 영향을 받는 유아동의 비율이 10%에서 10년 후 1.5%, 최근 0.4%로 급격히 감소하며 CPUP의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CPUP를 통해 고관절 탈구를 예방하고 심한 수축, 바람개비 변형 및 척추 측만증 아동의 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인데, 현재 스웨덴의 CPUP 관리 요구 대상자 중 95%가 참여하고 있으며,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인근 국가에서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웨덴과 같은 뇌성마비 유아동 고관절 탈구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이현지(45세)씨의 아이는 출산할 때 뇌출혈이 일어나 뇌성마비가 되었습니다.

"다섯 살 아이가 항상 앉아만 있어 고관절 탈구 등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살피고 있는데,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재활치료를 받으러 찾아다니는 모든 일을 부모가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시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나마 이렇게 할 여유가 되지만 주변의 많은 뇌성마비 부모님들이나 당사자들은 이러한 관리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고 알아도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분당아이무브센터 이수혁 대표(물리치료사)는 이렇게 전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선천성 고관절 탈구를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1차 영유아 검진 때 주의깊게 살피는 항목이기도 하니까요. 선천성 고관절 탈구는 조기 발견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일반적으로 정상 발달하고 일정 시기에 기능적으로 완전하게 되며 조기발견, 치료의 피드백이 좋은 경우입니다.

반면, 뇌성마비 고관절탈구는 점차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뇌성마비 고관절 탈구는 대개 생후 2년~10년 사이에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뇌성마비 아동들은 18~24개월까지 정상 고관절의 형태를 보이다가, 근육의 경직과 뼈의 길이 성장률 저하로 인해 몇 달에서 몇년에 걸쳐 천천히 탈구가 일어납니다. 따라서 아동의 고관절 상태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지속적으로 아이의 상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수혁 대표는 뇌성마비 아동의 고관절 탈구 여부는 엑스레이 검사를 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고 전합니다.

"물론, 엑스레이 검사 외에도 고관절이 탈구된 다리에 경직(Spasticity)이 있거나, 경직으로 인해 다리 교차(Sccissoring)가 되거나, 아이에게 기저귀를 채울 시 어려움이 있거나, 다리의 움직임이 다양하지 않고 '구부렸다, 펴졌다'는 식의 단순한 움직임을 갖는 경우, 아이를 안았을 때 포근히 안기는 것보다 계속 뻗치는 동작을 통해 고관절 탈구 여부를 알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호자들이 이를 정확히 판별하기는 매우 어렵죠. 주기적으로 엑스레이 촬영을 해서 전문가가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뇌성마비 환자의 고관절이 탈구된다면 서는 것은 물론, 앉는 것도 어려워지며, 견디기 힘든 통증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뇌성마비 국가관리 프로그램(CPUP)의 긍정적인 결과는 부모 개인의 부담과 책임으로 전가되는 국내 재활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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