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강민정 의원 인터뷰, 학교가 아이들의 자존감 지켜줘야

우채윤 승인 2020.12.05 18:43 | 최종 수정 2020.12.05 19:53 의견 0
국회 교육위원회 강민정 의원(열린민주당 소속)

우채윤 호주나, 핀란드 등 아이들의 개별적인 발달을 돕는 공교육의 사례들이 많이 알려지며,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강민정 의원 학교가 상위권의 소수 잘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밀어줄지 고민하는 것만큼 어떻게 하면 학교에 들어온 모든 아이들이 최소한의 자기 삶을 책임져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 고민하는, 이런 관점에서 학교의 기능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학교가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할 곳은 소수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아니고, 수많은 다양성을 가진 아이 한명 한명입니다. 이 아이들 중에는 느린 학습자, ADHD,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우리는 특수교육을 굉장히 협의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신체적, 정신적, 학습적 측면에서 가시적으로 눈에 띄게 확인되는 장애가 있어야 특수교육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특수교육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불편해하고 필요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핀란드는 전체 학생의 30% 이상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넓게 보고,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지점들을 모두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에서 동시에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이 소수 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입니다. 교실 안에서도 일반교사와 장애 등 특수한 문제를 잘 이해하는 교사가 같이 수업에 들어가서, 협업하며 코티칭이 기본이 되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개별적인 발달을 돕는 학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우채윤 국감에서도 말씀하셨는데, 지식중심의 교대, 사대의 교사양성 커리큘럼에 대해 지적하셨습니다.

강민정 의원 현재의 교사양성 커리큘럼이 너무 지식중심입니다. 성교육, 장애, 인권 등 이러한 테마에 대한 이해는 사실 학교 외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교사 양성과정 내에서 잘 배우면 젠더 감수성과 장애와 인권 감수성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가르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역량을 교사양성 과정에서 당연히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교사를 지식전달자로 전락시키는 교육과정, 이제는 바뀌어야죠.

우채윤 매일 아침 항상 아이에게 말하는 주문같은 것이 있습니다. '오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건데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습니다.

강민정 의원 학교 현장에서 보면, 아이들의 자존감 붕괴가 심각해요. 경쟁위주, 학벌위주의 사회라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대학을 갈 수 있는지, 공부를 잘 하는지가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대신합니다. 상위 몇 % 아이들 위주의 교육, 나머지 아이들은 자존감이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키워주는 것이 우선인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교육은 결국 학생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름을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표현이라 볼 수 있죠. 저는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봅니다. 학교 안의 민주주의, 수업의 민주주의, 관계의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학교 조직도 이제는 좀 더 변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가 교사, 교장 등 학교 조직 내부의 위계 관계를 생각하면 민주주의적 요소가 부족한 집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직 사회 내부의 개혁도 필요합니다.

우채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 실제로 게임중독이 정말 큰 문제입니다.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들이 있어요. 생활지도 자체가 안 되는 거죠.

강민정 의원 자기들 수준에서 스트레스와 자존감 붕괴 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게임입니다. 현실의 도피처가 됩니다. 단순히 '게임을 하면 안 된다'는 말로는 이 아이들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럴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고 도와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데, 학교폭력 담당교사를 지정하고, 사고를 치면 형량을 높이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고 지엽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이런 고민을 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 어떤 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면 급격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겁니다. 공적영역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 한다.

우채윤 이번 국감을 보신 분들이 “교육에 대한 희망이 느껴졌다” “역시 교사 출신이다. 교육에 대한 전문성", "설득력, 국정감사 준비가 탁월하다” “사회적 약자,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이런 말씀들을 하셨어요. 의원님의 행보를 보면서, 역시 교사 출신답다고 느낀 지점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발의였습니다. 의원님이 25년 교직 생활을 하며 느끼셨던 교육 불평등에 대한 생각,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강민정 의원 그렇게 봐주시고 평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오늘날 교육 불평등 악순환 고리는 부모 세대의 소득 격차가 자녀의 교육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문제 가운데 하나는 종전보다 교육 불평등 요소가 커지면서 교육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던 사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은 학습지원은 물론이고 내면화된 동기부여도 부유한 계층의 학생에 비해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교육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채윤 국회의원 임기 이제 시작이신데요, 앞으로 교육위 국회의원으로서 비전이 궁금합니다.

강민정 의원 가장 중요한 목표는 현재 600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저마다 자신이 속한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평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갖는 정체성인 동시에 간절한 꿈입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가 깊고, 연대 의식이 돈독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3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을 위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에 제 역할과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학생들을 위한 모의선거교육, 민주시민교육, 기후와 환경에 대한 지속가능한 교육적 관점, 젠더에 대한 문제의식 등이 2022 교육과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문제 등도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과제입니다.

우채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민정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국감 Q&A!

Q.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A. 이제는 우리나라도 출생 이후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돌봄’과 ‘교육’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생애 주기별 교육지원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로부터 완전한 교육 지원을 받아야 하는 권리가 부여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를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 교육 소외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5세 이상 등록장애인 중 55.2%가 중졸 이하의 학력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중졸 이하 인구가 12%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 교육 소외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소외 문제는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전 생애에 걸쳐서 학습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평생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현재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한 내용은 평생교육법에 일부의 내용으로 담겨 있기에 장애인 평생교육의 다양한 필요와 특수성을 반영한 광범위한 의제를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아직 법안의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작성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하여 필요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하겠습니다.

Q. 장애영유아는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이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유치원에 비해 열악

A. 현재 어린이집 특수교사 배치기준은 일반어린이집은 장애아 9명당 1명, 장애영유아 어린이집의 경우는 6명당 1명입니다. 유치원의 경우 장애유아 4명당 특수교사가 1명인 것에 비해 크게 차이를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낮은 배치기준에도 불구하고 현재 어린이집에는 배치기준 대비 특수교사가 443명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유치원의 장애유아에게 지원되는 의무교육비, 각종 지원금, 보조공학기기 및 학습보조기 지원 등은 어린이집에는 지원되지 않으며, 특수교사의 임금도 6년차 교사를 기준으로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 지원 격차 문제에 대해 교육부 장관에게 직접 질의하였습니다. 다행히 교육부 장관이 이러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많은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하겠습니다.

Q. 대학입학전형 공적시스템으로 전환해야

A. 대학입학전형은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현재 대학 원서접수는 사교육 업체인 민간기업에서 위탁되어 운영하는 상황입니다. 많은 대학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서울대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접수 1건당 4500원의 수수료가 민간기업으로 지출되며, 연간 약 130억원이 원서접수 수수료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NEIS를 다루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물어보니 NEIS를 개선하면 대입 원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즉, 현재 국가 시스템으로 보다 수월하게 대입 원서 접수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중요한 학사 정보를 다루는 대입 접수 업무를 더이상 민간에 맡겨두어 불필요한 수수료 부담을 지우게 하지 말고, 이제는 국가가 공적 업무로서 대입 원서 접수 업무를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Q. 미발령 기간제교사 문제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A. 미발령 기간제 교사는 분명한 교육 수요가 있음에도 정규 교사의 정원이 부족한 관계로 임용된 기간제 교사들을 말합니다. 현재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경기도에는 12,285명의 미발령 기간제 교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전체 교사(96,050명)의 12.8%에 이릅니다. 이는 전국 평균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기 위해서도 교사가 더 필요합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정규 교사 정원이 늘어야 합니다.

Q. 교육부 예산 감축 문제

A. 기획재정부의 기본 인식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기재부의 인식은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니 교육재정도 그에 상응하여 감축하는 것이 옳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미래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느냐가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2021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총지출이 43.5조 늘어나며 교육 분야를 제외한 11개 분야에서 올해 본예산 대비 예산이 증가했습니다. 교육 분야만 올해 본예산보다 1.6조원 감소한 71조원이 편성되었습니다. 지난 추경에서도 교육부 예산 감축이 심했었는데, 다른 곳도 아닌 우리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 재정을 언제든 줄일 수 있는 예산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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