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매거진 놀이터 특집 1> 놀이터에서 장애 아동을 본 적이 있나요?

우채윤 승인 2020.12.05 18:43 | 최종 수정 2020.12.05 18:55 의견 1
아산프로티어아카데미 9기 '스몰빅팀'


UN아동권리협약 제 31 조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 국가는 모든 어린이가 문화와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동에게 놀이터는 어떤 공간일까요? 유아동기에는 학습이 아니라 놀면서 신체적, 감각적, 인지적 기능이 발달합니다. 특히 이러한 기능이 발달하면서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사회성도 발달하죠.

하지만 놀이터에서 장애 아동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발행인인 저도 아이와 매일 놀이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동안 장애 아동을 놀이터에서 만나기는 참 힘들었습니다. '놀이터에 왜 장애 아동은 없을까'라는 문제 제기와 장애 아동도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도와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놀이터 특집은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 9기 '스몰빅팀'의 장애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프로젝트를 싣습니다. 강서구 장애아동친화 놀이터 지도 만들기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데이터는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스몰빅팀은요?

김동주 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팀장, 김민영 한국기아대책기구 소셜임팩트본부장, 김우현 성동종합사회복지관 기획전략팀장, 윤다정 세이브더칠드런 모금사업본부 매니저, 이지영 신곡노인종합복지관 부장, 조성훈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영유아지원팀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네 놀이터에서 장애 아동을 만나기는 참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에는 장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놀이터 42,973개 중에, 장애, 비장애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무장애(Barrier Free) 통합놀이터는 10 여 곳에 불과하죠. 장애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족합니다. 휠체어 입장을 막은 키즈카페, 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한 놀이공원, 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쓸 수 있는 가족 탈의실이 없어 워터파크에 가기 어려운 엄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서 놀이터에 가기 어렵다는 장애 아동 부모들, 장애 아동은 집 밖에서 놀기 참 힘듭니다. 장애 아동의 양육자에게 필요한 놀이시설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합니다. 장애 아동의 양육자는 놀이터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등 놀이터 방문 전에 사전 정보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장애어린이친화놀이터지도 'Green Map'을 만들자

조성훈 영유아지원팀장(서울시 서초구립한우립정보문화센터) : 처음에는 집 근처에서 장애 아동과 가족들이 갈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찾아주자는 의도로 시작되었어요. 현장 점검을 하면 할수록 놀 공간에 놀거리가 없다는 것이 다른 쟁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장애가 있으면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지 못 합니다. 그 이유는 장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 시설이 불편하고, 사람들의 시선에 눈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민이 참여하는 무장애(Barrier Free) 어린이 친화 놀이터 지도, 'Green Map'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는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놀이터 조사 지역은 강서구로 정했습니다. 강서구는 서울시에서 9세 이하 아동이 두 번째로 많은 지역구입니다. 9세 이하 장애 아동 숫자도 송파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2020. 08. 25, 서울특별시 주민등록 인구 통계, 2020. 01 보건복지부 장애인 현황) 게다가 강서구는 유니세프(UNICEF)가 지정한 아동친화도시로 다양한 구정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20년 3월, 지적장애 공립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개교하기도 했습니다. 강서구에 사는 장애, 비장애아동 모두가 즐겁고 편안하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강서구 소재 공원, 근린공원, 어린이공원에 131개의 공공 놀이터의 장애아동친화도를 전수조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아산프로티어아카데미 9기 스몰빅 팀원 6명과 강서구 놀이터 방문 점검에 (사) 서울시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강정아, 김은경, 김효선, 이은주, 이혜연, KC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생 민형근, 박시현, 손현진, 전희진, 강서구에서 구민제안 및 간담회를 주최해 주셨고, 공익데이터실험실 기술자문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https://parti.coop/ 박지환, 황은미, 최성용 김강민 뉴스타파 기자, 김슬 널채움 개발자, 박조은 오늘코드 개발자, 교육 및 프로젝트 지원를 지원한 아산나눔재단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https://asan-nanum.org/program/strengthening/#strength01에서 함께해 주셨어요.

강서구 장애 아동 친화 놀이터 지도는 어떻게 생겼나요?

여러분, 동그라미를 한번 눌러보세요.

이 지도에는, 총 11개의 '장애아동친화지표'로 놀이터를 점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장애, 비장애 아동 모두가 즐겁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지 말입니다. 지표들의 총점을 10점으로 환산해서 아래 3가지 색깔로 등급을 표시했어요.

5점 초과: 1등급 2점 이상 ~ 5점 이하: 2등급 2점 미만: 3등급

'장애아동친화지표'의 주요 내용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놀이터내에서 휠체어, 유모차가 접근 및 이동이 가능해야 해요. 놀이터 내에서 휠체어, 이동보조기구, 유모차의 원활이 가능한지, 바닥 표면이나 입구에 굴곡이나 턱이 없는지 말이죠.

또, 신체 장애 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신체 장애 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생긴다면 장애 아동 뿐만 아니라 아주 어리거나 다쳐서 몸이 잠시 불편한 비장애 아동도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 장애 아동이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생긴다고 재미없는 놀이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심을 잡기 어려운 아동도 보호자와 함께 탈 수 있거나 안전벨트가 있는 그네, 휠체어를 탄 상태로 이용할 수 있는 회전 무대, 경사로로 올라갈 수 있고 보호자가 함께 탈 수 있는 넓은 미끄럼틀 등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감각을 발달시켜줄 수 있는 놀이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놀이터의 다양한 놀이기구가 아동의 발달과 연계된 기능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우리나라 놀이터에는 신체 발달을 위한 놀이기구가 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을 발달시킬 수 있는 놀이기구가 있다면, 아동들은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발달 장애 아동이 통합적인 감각을 발달시키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모래놀이터, 지압판, 트램폴린, 다양한 시각, 촉각판, 소리가 나오는 놀이기구 등이 있습니다.

편안하게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휠체어, 유모차가 접근 가능한 화장실이 있는지,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어야 해요. 특히 아빠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오는 경우도 있으니 남자 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가 필요합니다. 아동이 직접 조작하기 쉬운 음수대(버튼, 레버, 센서식)가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아주 어리거나, 키가 작거나, 신체 장애가 있는 아동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음수대가 필요합니다.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고장나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장애 아동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놀이터 바닥이 아동이 넘어졌을 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우레탄, 모래 등)인지 확인했습니다. 아동은 놀이터에서 놀면서 '안전하게 다치는 법'을 배웁니다. 안전하게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사고에 대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장애 아동이 놀이터를 이용할 때, 주의해야하는 안전수칙이 명시되어 있는지, 아동의 눈높이에 놀이기구 사용수칙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설령 어린 아동이 주의깊게 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공공 놀이터에는 장애, 비장애 아동이 놀이터를 이용할 때 주의해야하는 안전수칙이 표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놀이기구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키가 작은 아동도 쉽게 볼 수 있는 눈높이에 큰 글자로 놀이기구 사용수칙을 기재해야 합니다.

장애·비장애 아동 모두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애, 비장애 모든 아동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임이 명시되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강서구 131개 놀이터 중 장애, 비장애 아동이 모두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명시가 된 놀이터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혹시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장애아동을 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쉽게 보지 못하셨을 거에요. 그럼 장애아동들은 모두 어디에서 놀고 있을까요? 장애 아동이 놀이시설의 물리적 구조 때문에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서, 눈치가 보여서 놀이터에 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놀이터 표지판에 적힌 한 마디가 장애아동 비장애아동 모두가 ‘함께’ 노는 놀이터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장애, 비장애 모든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며 놀이를 도와줄 수 있는 놀이지도사가 있는지 점검했습니다. 현실에 안 맞는 질문일 것 같지만, 강서구에서는 이미 17개 공원에서 '공원보안관'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공원보안관이 장애인 인권, 아동의 놀 권리, 놀이지도 방식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장애, 비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모든 보호자가 안심하고 아동을 놀이터에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장애 아동이 놀이터에 갈 수는 있지만 놀 수 없는 놀이터!

조사결과, 우리의 현실은, 장애 아동이 놀이터에 갈 수는 있지만 놀 수 없는 놀이터였습니다. 131개 놀이터 중에서 1등급을 받은 공원은 단 2곳 뿐입니다. 2등급은 67곳이었고, 3등급은 62곳이었습니다.

다행히 놀이터 대부분은 휠체어 및 유모차의 접근 및 이동이 가능했고, 바닥재질이 안전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접근'만 가능했을 뿐 장애아동이 놀 수 없는 놀이터였습니다. 함께 놀 수 있는 놀이기구도, 화장실도, 음수대도 모두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131개 놀이터 중 장애, 비장애 아동이 모두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명시가 된 놀이터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장애아동이 놀이시설의 물리적 구조 때문에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서, 눈치가 보여서 놀이터에 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은 표지판에 적힌 한 마디가 장애아동 비장애아동 모두가 ‘함께’ 노는 놀이터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강서구에 제안했습니다.

놀이터 조사에 함께한 (사)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부모님들과 함께 강서구에 아래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장애아동 친화 통합놀이기구 설치, 무장애 통합놀이기구 1종 이상 설치, 발달 감각 시설 1종 이상 설치(시각, 촉각판, 모래 놀이, 트램폴린 등), 편의시설(화장실, 아동이 조작하기 쉬운 음수대) 확층(연 10% 증대), 장애아동의 놀이터 이용을 위한 인식 개선, 어린이 공원 내 장애아동 친화 문구가 적힌 안내판 설치(장애 아동을 고려한 이용수칙, 안전 수칙 등), 강서구 테마지도에 장애아동친화 놀이터 정보 업로드, 놀이터 개선을 위한 시민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게시판 제공을 제안했습니다.

(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아동들의 놀권리 증진을 위한 강서 무장애 어린이 공원 조성 간담회

2020년 11월 13일, 저희의 목소리가 좀 더 공식적으로 구정에 전달 및 반영될 수 있도록 <아동들의 놀권리 증진을 위한 강서 무장애 어린이 공원 조성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강서구의회 정정희 구의원, 강서구청 교육청소년과 아동청소년친화팀, (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권리팀 그리고 저희 스몰빅팀까지 약 2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희는 이 자리에서 (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이혜연 부회장님과 함께 강서구에 신체 및 발달 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위한 통합놀이터가 전무하며, 일반 놀이터에도 함께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부족한 상황임을 알리고 위의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강서구 무 장애 어린이놀이터 조성 간담회


강서구에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2021 강서 지역사회 혁신과제로 장애아동이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 조성을 선정했고,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통합 놀이기구 및 안내 시설 설치를 위한 민관 TFT를 운영하기로 하고, 2021년1월, 화곡 2동(하마터, 뜸부기), 등촌 3동(새벗) 중 1곳을 선정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강서구청 홈페이지 강서구 테마지도에 저희가 만든 장애아동친화 놀이터지도가 업로드 되었습니다. 강서구에 사는 장애, 비장애 아동과 가족들이 저희 지도를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좋은 점수를 받는 놀이터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스몰빅팀', 감동받았습니다. 찐으로요.

'스몰빅팀'은 말합니다.

"여러분의 동네에도 좋은 놀이터가 필요한가요? 도전해보세요!" 저희의 지난 활동을 보고 혹시 우리 동네에도 장애, 비장애 아동 모두를 위한 놀이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 내가 사는 곳에도 이런 지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다면, 관심있는 분은 누구나 우리 동네 장애아동친화놀이터 지도를 만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활동의 과정을 참고하셔서 우리 동네를 바꾸는 작은 발걸음을 내디뎌 보세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발달매거진 놀이터 특집> 다음편은 스몰빅팀이 방문하거나 온라인을 통해서 만난 국내외의 좋은 놀이터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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