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기 작가의 'My Own World',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

우채윤 승인 2021.01.31 09:22 | 최종 수정 2021.02.01 21:40 의견 0

한승기 작가 개인전 'My Own World'가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갤러리 '활'에서 열리고 있다

한승기 작가 개인전 'My Own World'가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갤러리 '활'에서 오는 2월 10일까지 열립니다.

한승기 작가는 2016년 제 11회 전국장애인 도예공모전 창작부문 동상을 비롯하여, 2017년 경기 세계 도자비엔날레 특별기획 국제장애인도예공예전 창작부문 입선, 2018년 제 13회 전국 장애인 도예공모전 창작부문 입선했습니다.

한승기 작가의 작품은 도예와 더불어, 회화, 컴퓨터그래픽, 클레이 아트까지 다양합니다. 이번 한승기 작가의 개인전 'My Own World'에서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승기 작가의 어머니이신 이경아 교육학 박사님의 이야기입니다.

"한승기 작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매이션과 게임의 캐릭터들을 클레이 작품과 도자기, 연필화, 그래픽작품으로 계속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자기 자신이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것처럼 보였고, 그 세상은 승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찬 안전하고 즐거운 세상인 듯 보였어요. 하지만 엄마인 저는 걱정을 했어요. 말이 서툰 승기는 자신이 만든 세상이 어떠한지 설명하거나 보여주는 것을 꺼리며 자기 방에서 나가라고 식구들을 떠밀곤 했으니까요. 계속 고립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났습니다.

승기의 속 마음을 알게 된 건 중학교때였습니다. 발달장애인법과 관련하여 집으로 오는 방송사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때 촬영하시는 분이 승기의 방에 있던 작품들을 유심히 보시고 찍어가셨거든요. 승기는 당시 방송장비에 흥미를 보이며 점잖게 굴었는데, 그날 밤에 서툰 말로 아까 방에서 찍은 클레이 작품들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학교의 아이들이 방송 보고 놀리면 어떻게 하느냐구요. 다른 사람들은 늘 자신을 놀림거리로 본다고 생각하고, 아끼는 자기 작품을 그렇게 숨기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네가 안전한 곳이라면 그곳에 숨어 있어도 좋다...그렇게 생각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승기는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계속 동일한 주제의 그림을 그리고 게임의 인트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복지관 예술 대학 선생님들이 칭찬해주고 다들 좋게 봐주니, 마음 속 상처가 조금씩 풀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선이 활달해지고 좀 더 많은 친구들이 함께 노는 장면이 등장하곤 했거든요. 하지만 과연 승기가 이 작업을 지속하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전업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냉정하게 따져보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세상으로 나가는 일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자기만의 세상에서 무한 반복하는 작업 속에서만 살게 하는 것은 더 고립적인 삶이 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주는 직업이 되지도 않을 것이었구요. 그래서 보호작업장에 다니고 일자리 훈련을 하는 것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다만 자기 좋아하는 일이니 집에서 여가로 즐기며 놀 것이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지원해주었고요. 이렇게 꾸준히 자기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대견스럽기도 하고 마음을 좀더 알아주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한승기 작가의 클레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고 편안할 작가의 마음이 그려집니다. 한승기 작가의 작품을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발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