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형 위탁교육', 또 하나의 선택-인천시광역시교육청 김세용 장학사 인터뷰

우채윤 승인 2020.11.01 13:0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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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인천광역시교육청의 ‘2020 치유형 대안교육위탁교육기관 운영계획’ 중 ‘위탁대상’ 부분이 장애인 차별 조항이라며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치유형 대안교육위탁교육기관(이하 치유형 위탁교육).

부모님, 학생들에게도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교육기관입니다. 치유형 위탁교육은 정서·행동 장애로 인한 심리적 불편감으로 건강한 학교생활이 어려운 학생 중 위탁교육을 희망하는 신규학생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학생들을 모집하는 조항 중 단서조항에 ‘단 특수교육대상자는 제외, 대상자는 지능지수가 정상범주 안에 있어 수업참여가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장애인 차별이라는 비난이 인 것이죠.

논란은 인천시교육청의 사과와 문제가 됐던 단서조항 삭제로 일단락됐습니다.

치유형 위탁교육은 정서·행동 발달 측면에서 안정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전문적 치료 및 건강한 성장을 목적으로 실시합니다. 이런 치유형 위탁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학교에 가기 싫은’, 또는 ‘학교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의 학생들인데, 이들에게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은 그저 그렇게 스쳐지나가도 되는 한낱 투정이 아닌 절절한 ‘SOS’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각 시·도 교육청 관계자에 의하면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치유형 위탁교육 입학 문의가 늘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원격교육, 가정학습 증가로 인한 가정 내 문제가 증가한 탓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가정에서 또는 학교에서 감추고 있고, 쉬쉬하던 학생들의 정서적 문제를 양지로 끌어내어 그들의 문제를 보듬으려 하는 인식이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치유형 위탁교육, 어떤 것일까요?

인천시 치유형위탁교육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시교육청 김세용 장학사님 인터뷰입니다.

우채윤 인천시 치유형 위탁교육 모집공고가 장애인 차별이 있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됐을 때, 조금 속상하신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치유형 위탁교육의 의도가 곡해되는 것 같아서요.

김세용 인천시교육청 장학사(이하 김세용) 네. 아무래도 의도와 다르게 부각되는 면이 있어 그랬었죠. 치유형 위탁교육기관의 설립 의도는 특수교육대상자도 아니면서,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 경계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치유형 학교를 만들고 그 대상자를 모집하는 것이 목적이었거든요. 비난을 받은 그 조항을 다시 검토해보니 표현상 장애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삭제했습니다.

우채윤 치유형 위탁교육, 사실 제가 학생 때는 당연히 없었고, 아이들 가르칠 때도 없었어요. 생소합니다. 인하대학교에 병원학교가 있던데요. 그것과는 다른 것인가요?

김세용 병원학교는 지체장애 등의 주로 신체적인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서 인하대학교 병원학교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받지 않습니다. 저희 뿐만 아니라 각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치유형 위탁교육은 정신과적 치료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만든 학교입니다.

우채윤 인천시 치유형 위탁교육은 정서 행동상 문제가 있지만, 장애가 아닌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병·의원들이 이 치유형 위탁교육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김세용 아무래도 치유형 위탁교육을 설치하면 병원의 일이 많이 가중됩니다. 일반 의원들은 장소도 임대해야 하고, 학교 시설도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게 갖춰야 하죠. 교육청에서는 준비가 된 기관에 위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시설비나 임대료 등은 병원에서 지원하고 그 밖의 인건비,강사비, 기관운영비, 교육활동비 등은 교육청에서 전액 지원합니다.

이렇다보니 처음 시작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대형병원, 종합병원부터 작은 의원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다녔지만 운영하려는 병·의원들이 없었어요. 조아학교 황원준 원장님과 시작을 함께 했는데,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다 치유형 교육을 원하는 곳이 늘어서 이러한 교육기관이 지역별로 편중되지 않게 골고루 분산이 되면 더 많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존 네개 기관외에 추가로 네개 기관을 지정하하려고 인천의 대형 병원과 소형 의원을 찾아다니고 연락하여 의도와 방법을 안내해 보았으나 기관 운영을 위한 시설이나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추가 기관을 지정하지 못하고 기존 기관의 학급을 늘리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우채윤 대기자도 많다고 들었어요. 현재 수요가 얼마나 되나요? 인천시 기준으로요.

김세용 현재, 4개 학교마다 2반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작년까지 한 학급일 때, 대기자가 많았어요. 한 아이가 들어가면 새로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없으니까요. 10명이 정원인데, 10명 이상 대기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기관 선정을 더 하려고 했는데 병·의원 모집이 되지 않아, 기존 치유형 위탁교육 기관에서 한 반씩 늘린 겁니다. 심지어 타 시도에서도 오겠다 문의가 와요. 인천시 내 아이들의 수요도 많아서 타 시도까지는 받지 못하고 있어요.

우채윤 최근에는 초등학교도 치유형 위탁교육기관이 생겼다고요? 초등학생들의 수요가 많은가요? 치료와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김세용 중고등학생 못지 않죠. 예를 들어, ADHD인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감당을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ADHD 성향이 매우 다양한데, 폭력성이 두드러지거나 여러 이유로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특수교육대상자도 아니고요.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그 아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으니, 부모들 입장에서는 치유형 학교가 더 안심이 되시는 거죠.

우채윤 제가 아끼는 학생도 이 치유형 위탁교육을 받고 있거든요. 장학사님도 아시다시피 정서행동 상 문제가 있으면 일반학교 적응이 힘들고 그렇다고 특수교육대상자도 장애인도 아닌 아이들, 학교에서는 예민하다, 폭력적이다 낙인찍힌 아이들, 공교육에서 갈 데가 없습니다.

김세용 일반학교에서 하루하루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래서 운영하기 아무리 힘들어도 이러한 형태의 교육기관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일반학교에서 모든 아이들 다 포용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정말 힘듭니다. 우리 아이들 갈 곳 만들어야 하니까요.

우채윤 네. 부모님이나 학생들 말을 들어보면 치유형 위탁교육이 단순히 학생들이 정신적 어려움을 의사들에게 치료만 받는 곳이 아니라,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자신을 이해해 주는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교육을 받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는 곳이더라고요.

김세용 맞습니다. 그래서 학교와 거의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육청이 컨설팅을 하며 지속적으로 점검을 합니다.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아이들이 계속 위탁교육기관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목표는 아이들이 적응능력이 좀 더 향상되서 원래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니까요. 아이들이 잘 해나갈 것이라고 좀 더 믿어주시기를 항상 부모님께 말씀드려요.

우채윤 김세용 장학사님, 오늘 인터뷰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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