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과 재활(박주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대한뇌신경재활학회장)

우채윤 승인 2020.11.01 23:07 | 최종 수정 2020.11.01 23:1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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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서 부모와 눈을 마주치고 방긋 웃으며 옹알이를 시작하고, 조금 지나서 장난감을 잡으려 손을 뻗치고, 양손으로 우유병을 잡고 먹기도 하며, 기고 스스로 앉아서 놀고 붙잡고 서더니 어느새 ‘엄마, 아빠’라 말을 하고, 스스로 걷고 활동 영역이 넓어져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짝짜꿍 같은 모방만 하는 것 같더니 어느 틈엔가 뭔가 새로운 것을 하여 부모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이 신비한 과정.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타나고 변하는 역동적인 과정,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감동이 교차되는 그 벅찬 과정을 총체적으로 어우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성장은 크기의 증가, 발달은 기능의 습득을 의미한다고 흔히들 말하곤 하지 만, 실제로 이 둘은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입니다. 발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경계의 발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임상 경험을 통해 ‘아이를 보는 것은 뇌의 발달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Gesell도 운동발달이 거의 전적으로 중추신경계 성숙의 과정이라고 믿었습니다. 발달의 중요한 부분은 어느 특정한 시기에 결정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발달과정의 학습 경험과 발달 영역

생애 첫 3년 동안 두뇌의 신경시냅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다양한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이 생후 첫 3년간 배운 것이 앞으로의 학습, 행동, 건강 등의 기초가 됩니다. 한편으로 서양에서 세 살까지를 ‘기회의 창’이라 말하고, 우리 선조들 또한 예로부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으로 초기 발달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발달 과정 동안 아동은 반복과 모방, 연상 작용 그리고 관찰을 통해 학습하고, 학습 경험이 쌓여 영구적인 변화를 보이며 기능분화와 습득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 숟가락을 사용하려고 할 때 밥을 제대로 푸지 못하고, 잘 푸게 되어도 자기 입에 밥 숟가락을 가져가지 못해 밥알 흘리기를 수백 번 이상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부터 흘리지 않고 밥을 잘 먹게 됩니다. 젓가락 사용은 더욱 어려워 숟가락보다 나중에 배우게 되며 사용법 또한 아이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이게 되죠. 아이들이 숟가락, 젓가락과 같은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되는데도 대략 수년 이상 긴 시간과 부모를 비롯한 가족, 선생님, 친구 등과 적절한 경험, 반복, 학습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달영역은 대인관계 및 사회성 발달, 의사소통 및 언어발달, 운동발달(대근육, 소근육, 균형능력), 청각, 시각, 신변 처리 혹은 적응능력 발달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생애 첫 3년 동안 두뇌의 신경시냅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다양한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이 생후 첫 3년간 배운 것이 앞으로의 학습, 행동, 건강 등의 기초가 됩니다.

아동 발달의 영향 인자

아동 발달에는 많은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데,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둘이 혼합된 형태, 병적인 요인 등이 있으며, 가장 강력한 인자는 유전적 요인입니다. 병적요인으로 선천성 대사 이상, 염색체 이상, 임신 기간 약물이나 모체 감염, 출생 시 손상, 출생 후 뇌전증, 두부 손상, 뇌막염과 같은 감염, 영양실조, 빈혈, 갑상선저하증 등이 있습니다. 가정 및 가정생활도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어머니의 영향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발달 과정들은 영향 인자에 의해 어떤 단계에서든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 결과로 발달지연이 발생합니다. 발달지연은 발달영역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이 정상발달과 비교해 상당히 지연된 경우를 말하며, 정상발달보다 25~30% 이상 뒤처지거나, 교정연령으로 6개월 이상 늦은 경우, 최소한 한 가지 영역 이상에서 정상과 비교해 2 표준편차 이상 떨어진 경우, 혹은 두 가지 이상 영역에서 1.5 표준편차 이상 떨어진 경우를 일컫습니다. 발달지연이 보이면 적절한 전문가 접근을 통해 아동의 발달을 개선, 증진시키게 되며 주기적인 평가를 시행하여 확인해야 합니다. 발달지연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발달장애라 부르게 되며 뇌성마비, 지적 장애, 자폐 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포함합니다. (출처: 2013년 소아재활의학 2판).

미국의 경우 학령전기 아동의 약 8~17%에서 발달상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통계는 없으나, 부산시의 경우 발달지연 영유아가 2012년 7.48%, 2015년 13.34%, 2016년 14.49%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이는 최근 우리나라의 고령 출산 등 고위험 임신이 증가하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고위험 신생아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진단 기술의 향상과 더불어 발달장애의 유병률이 증가함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2015년 한 해 동안 발달지연으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18세까지 환자수는 36,485명으로 연령별로는 0~3세가 58.4%로 가장 많았습니다. (출처: 2016년 뇌성마비 등 장애아동의 재활의료 전달체계 구축 방안 연구).

발달장애 아동 치료와 재활

발달장애 아동을 치료하는 것은 모든 발달영역에서의 지연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대상 아동에게 풍부한 환경과 자극을 제공함으로써 발달 이정표를 획득하고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소아는 뇌가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이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아동의 장애를 최소화시키고 발달지연의 격차를 줄이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이 환자에게 재활을 제공할 때에는 성인과는 달리 성장 및 발달에 맞물려 생애 주기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야 하고, 가정에서의 정서적 유대와 학교를 통한 교육 등 사회적인 부분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맞추어 연고지에서 지속적인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적, 단계적 재활의료 전달체계가 필요하나, 우리나라의 현행 재활 의료시스템은 아직 ‘지역사회’에서의 소아재활 전달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이런 상황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 정부에서도 ‘어린이 재활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소아재활 전문가들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발달지연 및 장애 환자들을 위한 어린이재활치료 전달체계와 확충 등 많은 개선이 기대됩니다.

 

박주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대한뇌신경재활학회장

 


발달매거진 창간을 축하합니다.

이러한 첫걸음을 시작으로 발달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더욱 활발해지고, 또한 발달지연 및 장애 인들의 재활치료에 보다 구체적인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여기 우리 아이들이 있습니다. 각자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하얀 도화지를 가지고 각자의 그림을 그려갈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볼 때, 낙서로만 보이는 그림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단 하나, 자기만의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이 세상에 같은 그림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아이는 이 세상에 오직 한 명뿐이니까요. 어려서도 적절한 시기에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우리는 아이니까 당연히 못 한다고 모든 것을 해주거나, 또는 아이가 서투르고 느리게 하는 것을 참지 못해,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옆집 아기가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가 못 한다고 조바심을 내곤 합니다. 기회를 주었다면 기다려주세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되려면 시간과 학습이 필요하며 그것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옆에서 ‘넌 할 수 있어, 우리는 널 믿어’라는 눈빛으로 끈기 있게 함께 해 준다면 아이는 언젠가는 우리가 상상치도 못했던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믿음, 기다림, 함께하는 것 또한 경험과 같이 발달에 소중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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