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매거진과 이야기하기> 여자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김남욱 선생님(푸르메정신건강의학과 주임과장)과 이야기 나눕니다

우채윤 승인 2020.12.11 16:21 | 최종 수정 2020.12.11 19:1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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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발달매거진에 자신의 중학생 딸이 따돌림을 받고 있다며 부모님께서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언젠가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먼저 가버리거나, 쉬는 시간에 항상 모이던 친구의 반에 가면 아이들이 없고 다른 곳에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딸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합니다.”

우채윤 교사였으니까 제 경험을 살짝 말씀드리면, 여학생들의 경우 정말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잠깐의 거리가 생긴 것인지 잠시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학생들의 관계는 외부에서 보면 친구 관계가 절대 무너지지 않을 성처럼 견고히 보일 때도 있지만, 그 안에서 시시각각 자주 변하기 때문인데요.

김남욱 공감합니다. 보내주신 사연을 듣고 문득 떠오르는 웹툰이 있어요. 네이버 웹툰에 현재 연재 중인 <소녀의 세계>와 이미 완결되었지만 <공복의 저녁식사>라는 웹툰이 있어요.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우관계에서의 갈등, 특히 여학생들 간의 갈등이 현실적으로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잘 어울리기도 하고 어느 순간 다른 친구들을 따돌리기도 합니다. 악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적극적인 ‘학교 폭력’도 있지만, 괴롭힘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경우도 있어요.

또, ‘나는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은데, 그 친구들은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도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적극적인 아이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나대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신중한 아이가 ‘답답하고 느린’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웹툰을 이야기한 것은 부모님들이 웹툰을 직접 보면 더 와닿을 것 같아서인데요.

예를 들면 몇몇의 친구들은 그냥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노는데, 지금 마음이 힘든 상태인 아이의 눈에는 ‘나 보란 듯이 친분을 과시하는구나’라고 보이는 경우도 있고, 어떤 친구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은 ‘일부러 나와 반대 의견을 이야기하다니, 시비를 거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청소년기에는 ‘나와 상대방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감정적으로 알기는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러니까 ‘내 눈에 보인 세상’이 ‘남의 눈에 보인 세상’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정말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를 이렇게 슬프게 만들다니 저 아이들은 나에게 정말 큰 악감정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겁니다. 상대방 아이들은 그냥 ‘저 친구는 나랑 잘 안 맞는다’ 정도로 생각하고 눈앞에서 거절하기가 불편하니 계속 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채윤 네 정말 그런 일들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로 학교에 나가기 싫다, 심지어 살기가 싫다고까지 크게 절망하는 여학생들도 있었고요. 표면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이 없이, 따돌림 자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고, 상대방은 그저 피한 것일 뿐인데 본인은 매우 크게 상처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가끔 이러한 상황을 주도하는 아이가 있어요. 주도자가 한 명 있고, 다른 아이들은 동조하는 경우인데요.

김남욱 따돌림을 주도하는 가해 학생은 그러한 행동을 반드시 고쳐야 하고 멈춰야 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별 감정이 없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아이가 한 친구의 비난을 계속하면서 저 아이를 피하자는 식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인데요.

‘나는 저 아이와 잘 맞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은 저 친구와 잘 맞을 수도 있어.’라는 점을 가해 학생이 배워야만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화 되어가며 아이들이 사는 법을 배워나갑니다.

피해 학생도 ‘나의 이런 특성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매력적이지만 또 다른 아이들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 있어.’라는 점을 알게 되고, 그리고 자신과 잘 맞는 친구들을 잘 선택해서 어울리거나, 자신과 안 맞는 친구들에게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나는 잘 지내고 싶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청소년기의 소녀에게 너무나 아프고 힘든 경험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해요.

이 때 중요한 점은 그것이 의도적인 괴롭힘인지 아닌지 파악이 되어야 하며, 의도적인 괴롭힘이라면 부모님과 선생님께서 적극 도와주셔야 합니다.

특히, 가해 학생에게는 “세상에 너와 잘 맞는 사람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건 누가 맞고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아이가 너와 잘 안 맞는다고 다른 아이들을 주동해서 못 놀게 하는 것은 나쁜 일” 임을 알리고 학교와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우채윤 가해 학생도 배워나가고 고쳐나가야 하는 기회가 필요하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이런 상황이 곪을 대로 곪은 후 매번 뒤늦게 부모나 교사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안타까운 것은 아이의 이런 변화를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눈치채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따돌림은 따돌림 자체가 은밀하게 눈에 잘 띄지 않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이가 얘기하지 않는다면 담임교사도 부모도 잘 모르고 지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조금씩 티가 납니다. 자신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예민한 반응이 많이 나타나거나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리기도 하죠. 물론 청소년기가 질풍노도의 시기이니 이러한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니 결국, 평소 아이에 대한 부모나 교사의 관심과 대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남욱 맞습니다. 피해 학생에게는 관심과 사랑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은 없을 겁니다. 감정적인, 무조건적인 지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엄마, 아빠가 어떤 도움을 주면 너를 좀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겠니?”라고 물어봐 주시는 일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은 상처받은 자존감을 든든하게 다시 세워주는 힘입니다.

<발달매거진과 이야기하기> 12월호에서는 푸르메넥슨어린이재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남욱 주임과장님과 함께 했습니다. 해당 코너는 독자 여러분들의 질문을 선정해 매월 전문가와 함께하는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woo@baldal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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