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발달장애자녀들의 자립생활을 위한 '스스로 모임'을 소개합니다

우채윤 승인 2021.01.09 12:55 | 최종 수정 2021.01.09 21:25 의견 0
제주도에서 신혜수님

저자 신혜수

자폐성 장애인인 아들과 제주에서 살고 있는 씩씩한 엄마입니다. 아들이 나아갈 사회가 조금이라도 장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직장내 장애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스스로 모임’의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성인기로의 전환을 앞둔 자녀를 둔 우리 부모들은 과연 자녀의 미래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까요?

2020년 3월 몇몇 부모들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습니다.

"장애학생들의 개별적 특성과 요구가 다양화 되고 있는 지금 당사자와 부모가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함께 구상하고 차근차근 준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모임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 모임이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문자를 받은 부모님들 중 뜻을 같이 하는 부모들이 2020년 4월 18일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우리들은 첫모임에서 모임의 취지를 크게 3가지 테마로 정리를 하였습니다.

직업 재활, 일상생활 자립, 슬기롭게 여가를 활용하는 방법.

직업재활은 취업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장기근속을 할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막막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꿈같은 일이었고, 직업을 가질 수는 있을지 현실을 바라보며 한숨만 나왔습니다.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직업군을 개발하는데 우리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일상생활 속 자립을 생각해보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부모가 너무 많은 것을 아이를 대신해 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체크해 보기로 했습니다.

1. 식사계획 및 준비 – 식사 메뉴를 계획하고 준비가 가능한지, 요리기구는 용도에 맞게 사용이 가능한지, 음식물은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알고 실행할 수 있는지

2. 목욕 및 위생관리 등 자기 돌보기 – 청결을 유지하기위해 스스로 목욕을 하고 손,발톱 관리를 하며 양치는 잘하는지, 코로나-19시대를 맞아서 더욱 부각된 손씻기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가능한지, 의약품은 안전하게 보관을 하고 또 용도에 맞게 사용이 가능한지

3. 의복 관리하기 – 빨래를 하고 널고 마르면 옷을 개서 옷장에 보관을 할 수 있는지, 필요에 따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지, 옷매무새가 흐트러졌을 때 스스로 알아서 바로 할 수 있는지

4. 청소 및 가정돌보기 – 빗자루나 청소기 등을 사용하여 깨끗하게 청소를 한 후 다 쓴 청소기나 청소용구의 정리가 가능한지, 걸레나 대걸레를 이용하여 바닥을 닦은 후 걸레를 빨아 말리기가 가능한지, 집안 정리정돈은 가능한지

5. 가정재정 및 서비스 관리 – 전화, 물, 전기, 난방 등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도록 관리가 가능한지, 공과금을 시기에 맞춰 낼 수 있는지, 현금과 신용카드, 통장 및 도장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6. 전화나 이메일 사용하기 – 전화를 목적에 맞게 사용이 가능한지,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사건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분별력은 갖고 있는지, 또 그러한 사건에 접하게 되었을 시 행동양식은 알고 있는지, 긴급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위해 연락을 취할 수 있는지, 콜렉트 콜을 이용할 수 있는지

7. 시간관리 및 계획하기 – 달력을 활용하여 일정을 관리 할 수 있는지, 알람시계는 활용이 가능한지,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8. 다른 사람과의 협력 및 자기 옹호 – 집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과 역할을 분담하고 이행이 가능한지, 집안의 물건에 대해 공동 소유인지 개인 소유인지 분별할 수 있는지, 소음이나 냄새 등과 같은 문제로 이웃과의 분쟁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사항을 요구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막상 일상생활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보니 되고 있는 것은 고작 한두개 .... 우리들은 하나씩 아이들에게 적용하며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위의 사항들을 표로 만들어 현재의 상황을 체크하며, 당장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아이들의 여가를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하게 도울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하고 싶은 것과 부모가 시키고 싶었던 것에 매우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는 너무나 가치가 없어 보였던 것들을 하며 아이들은 자기의 스트레스를 풀고 또 거기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에 아이들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며 아이가 사회에서 자기의 자리를 찾아가는것을 돕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들의 모임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러기에 자꾸 넘어지고 무릎이 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단톡방에선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우리가 있었고, 또 미래를 향해 서로 도닥이며 가는 우리가 있습니다.

2021년이 되어 두명의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우리들의 모임에서 첫번째로 사회로 나가는 훌륭한 청년들입니다. 그 청년들이 가는 길에 우리 모임은 작은 등불을 밝혀주려고 합니다. 넘어지면 같이 일으켜 세워줄 것이고 뭔가를 해내면 자기일처럼 기뻐해 줄 겁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며 험난한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 보려 합니다.

우리 모임의 이름은 ‘스스로 모임’이랍니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여도 뜻이 잘 전달되지만 실은 이 이름 안에는 또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스페로 스페라 ( 나는 희망한다, 당신도 희망하라)’라는 라틴어를 줄인 말로 살아 있는 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입니다. 작금의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생각이기도 하네요.

대한민국의 최남단 제주에서 살포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 모임’을 응원해 주세요. ‘쓰러져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라고 하는 캔디의 씩씩함처럼 우리의 ‘스스로 모임’도 씩씩하게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조금씩이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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