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 속 자폐스펙트럼 이해하기, '텐트럼 vs 멜트다운'

우채윤 승인 2021.05.31 13:58 | 최종 수정 2021.05.31 20:56 의견 0

<함께웃는재단의 자폐스펙트럼 이해하기를 위해 제작된 영상컨텐츠 '소개해요 톡톡'에서 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김남욱 원장, 발달매거진 우채윤 발행인이 참여한 내용입니다>

우채윤(발행인): 소개해요 톡톡을 진행하고 있는 발달매거진 발행인 우채윤입니다. 오늘은 대중 매체에서 묘사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특히 부모님들께서 자녀를 키우실 때, 많이 힘들어하시는 부분인 텐트럼(tantrum)과 멜트타운(meltdown)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주인공이거나 등장인물인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가 영화 <말아톤>, <증인>,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함께 봤는데요, 공감이 되는 장면들이 참 많아요. 그 작품들 속에서도 텐트럼 또는 떼쓰기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 그리고 멜트다운 또는 심리적 탈진, 감정붕괴라고 불리는 장면들을 찾아보고,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실 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김남욱 원장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남욱 원장님.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텐트럼, 멜트다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까, 문득 이 단어는 영어인데 어떤 말로 번역하면 딱 맞을까 하는 고민이 되더라구요. 텐트럼은 그대로 번역하면 '떼쓰기, 짜증내기'라고 할 수 있어요. 텐트럼이 꼭 발달장애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어린 아이들이 떼를 쓰는 것은 발달 과정에서 당연히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이를 가리켜 '템퍼텐트럼 temper tantrum'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하죠.

우채윤: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 키우시면서 여러 번 경험하셨을 거에요. 저만 해도 아이가 유아기 때 쇼핑몰에서 길거리에서 드러누워 떼쓰고 울고, 한동안 그게 너무 심해서 그럴 때 저는 옆에 서서 모르는 아이인 척 했습니다. ^^

김남욱: 맞아요. 저도. 뭐 다르지 않습니다. ^^ 그런데 멜트다운meltdown은 텐트럼과는 좀 다릅니다. 겉으로 보면 텐트럼과 비슷해 보이는데 강도와 지속 시간이 너무너무 크다고 해야 할까요. 원래 멜트다운이 영어 그대로 하면 원자로가 녹아내린다는 뜻도 있거든요. 그 정도로 뭔가 혼란스럽고, 통제력을 상실한.......대책 안 서는 느낌? 사실 표준어는 아니지만 ‘멘붕’이라고 번역해야 와 닿을 것 같아요. 사실 비장애 아동들에게도 텐트럼, 멜트다운 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우리가 자폐 아동들에게 이 단어를 유독 자주 쓰게 되는 이유가 그 빈도와 심각도가 크기도 하고 비장애아동과 양상이 다르다 보니, 예측하기도 어렵고 대처하기도 어렵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 '말아톤'의 한 장면

우채윤: 네. 정말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서 많이 힘들어하시는 부분입니다. 영화 <말아톤> 장면 중에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초원이가 공사 중이라 막아둔 골목을 지나가겠다고 계속 억지로 넘어가려 한다거나 밥을 먹지 않고 초코파이를 먹겠다고 떼쓰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김남욱: 텐트럼은 이유가 있어 떼를 쓰는데, 우리가 원인을 파악하고 개입하거나 달랠 수 있는 느낌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말아톤>에서 초원이가 떼를 쓰면 초원이 엄마가 “엄마 말 안 들으면 주사 맞아야 해요.” 라거나 “이거 하고 짜장면과 탕수육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도 하죠. 또 정해진 규칙, 예를 들면 편식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워서 떼쓰는 것을 예방하고 조절할 수도 있고요. 영화에서 초원이가 "당근도 먹어야 착한 아이지." 같은 말을 지연 반향어처럼 하는데요. (편집인 주: 지연 반향어란 방금 전에 들은 단어나 문장을 의도나 의미를 가지지 않고 반복해서 따라하는 현상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독특한 의사소통 양식으로 볼 수 있다.) 먹는 음식에 제한이 있어서 초코파이만 먹으려던 어린 초원이를 어머님이 다양한 음식을 먹도록 교육하고 보상과 칭찬을 하면서 발전시키신 것 같습니다.


멜트다운은 정말 ‘멘탈붕괴’, '멘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 보면 초원이가 아주 어릴 때 초코파이 외에 식사를 거부하면서 발버둥을 치고. 공사 중인 골목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죠. 초원이는 어릴 때 촉감이나 맛에 예민해서 새로운 음식을 먹기 힘들어한 것 같고, 늘 가던 길이 바뀌면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Restricted repetitive behaviors; RRB)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폐성장애 아동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고정된 패턴에서 벗어나서 변화를 하는 것은 아동에게 큰 공포감을 주고, 이것이 조절이 어려울 정도의 감정적인 기복과 행동 조절의 어려움을 유발한다면 멜트다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은 떼쓰기처럼 여기고 아이가 느끼는 고통을 무시하거나, 혐오스러운 자극 (새로운 음식 먹이기, 새로운 시도 해보라고 하고 안 하면 혼내기 등)을 준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우채윤: 그렇겠어요. 멜트다운인 상황을 떼쓰기, 텐트럼이라고 생각하고 아이의 반응을 무시하거나 싫어하는 자극을 계속 주면 상황이 정말 악화되겠어요. 그럼 원장님, 영화 말아톤, 증인,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인물들이 쓰러지고 이성을 잃고 멘붕에 빠질 때가 있어요. 제가 보기에 멜트다운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이거든요.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가 지하철에서 한 여성의 얼룩무늬 치마를 만지려다 성추행범으로 몰려 폭행당하는 장면이 나오죠.,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초원이는 어렸을때부터 세렝게티의 동물들을 좋아하고 특히 얼룩말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벌어진 사건인데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상태가 공룡을 좋아하는데, 아이가 입은 공룡 옷을 만지려다 아이의 아버지에게 폭행당해요. 영화 증인에서는 주인공 지우가 범죄현장을 아주 멀리서 목격한 뒤에 귀를 막으면서 비명을 지르기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두 이런 장면들에서 인물들이 모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하고, 탈진이 되며 쓰러지기도 하는데요. 비장애인과 조금 다른 행동들이 나타납니다. 이런 양상들 어떻게 보시나요?

김남욱: 말아톤에서 초원이가 얼룩말에 과하게 몰입하는 것이나,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상태가 공룡을 과하게 좋아하는 것도 자폐성 장애의 특징 중에 하나인 ‘제한된 관심사에 대한 과몰입’이에요. 증인에서 지우가 범죄현장을 멀리서 보면서도 범인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는데 이건 좀 다릅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청각적으로 아주 예민해서 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소리까지 다 듣고 기억을 잘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우 정도면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경우지요. 대부분의 자폐 아동들이 지우 정도까지는 아니고 시각, 청각, 촉각 등의 다양한 감각에서 다른 비장애인 아이들보다 아주 민감하거나 둔감하거나 신체적인 감각의 협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원이와 상태의 경우는 사회 인지가 부족하죠. 자신의 얼룩말, 공룡 같은 자신의 관심사에만 빠져서 상대방의 반응과 무관하게 일방향적인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좀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그것이 ‘거부당한 것’이고 ‘물러서지 않으면 상대방이 더 크게 화를 낼 것’ 이라고 예측하지 못하고 계속 접근하죠. 비장애인이라면 ‘아 여기서 더 하면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나를 때리려고 할 수도 있겠다.’라고 예상이 가능하지만 이 친구들은 그게 안되니까 상대방이 불쾌해 하는 행동을 하다가 폭행을 당하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고 이때 갑자기 공포감, 불안감을 느끼면서 멜트다운에 빠지게 되죠.

영화 '증인'의 한 장면

우채윤: 그러니까 초원이와 상태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에 너무 집중해서 다가가는데, 상대방의 반응이나 상황에 대해 눈치를 채지 못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폭행을 당하니까 매우 놀라고 혼란스러운, 심리적 탈진, 멜트다운에 빠지는 거군요.

김남욱: 네. 맞습니다. 증인에서 지우의 경우에는 말아톤, 사이코지만 괜찮아와는 맥락이 다릅니다. 갑자기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예민한 청각 때문에 범인이 이야기하는 말을 다 듣게 되었는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범죄 현장을 목격하거나 간접 경험하는 것' 자체는 대표적인 트라우마 중 하나에요. 지우는 트라우마 상태에 빠졌는데 자폐 아동의 특성상 조금 다른 형태의 트라우마 증상을 보인 것이지요.

우채윤: 그럼 선생님, 물론 원인은 다 다르겠지만, 자녀가 멜트다운으로 고통을 겪을 때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부모님들께서 아이가 갑자기 귀를 막고 무서워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펄쩍펄쩍 뛰거나, 자해 행동을 하거나 해도 그런 행동의 이유를 모르겠고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남욱: 사실 멜트다운은 아이가 큰 감정적인 스트레스에 압도당한 상태인데 이건 자폐 아동들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멘붕에 빠지면 일단 좀 쉬면서 그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야 하잖아요. 만약 그 자극이 사실 전혀 위협적인 자극이 아니었다고 해도, 사실 누가 밤길에서 흉기를 들고 쫓아오는 줄 알고 공포감에 비명을 질렀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어...... 라고 해도 그 놀라고 두려운 마음이 바로 가라앉혀지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도대체 왜 이 상황에서 아이가 멜트타운에 빠진 거지, 하고 이해가 안되더라도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고 안전감을 되찾게 해주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강태가 상태형에게 옷을 뒤집어 씌워서 시각적, 청각적으로 과부화된 감각을 차단해 주거나 증인에서 엄마가 지우를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달래주며 완전히 안심시켜주는 것. 올바른 대처인 것이죠. 멜트다운일 때는 귀에 말이 안 들어가거든요. 그냥 지금 안전해, 지금 여기서 너는 안전해. 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야 하고 아이에게 큰 공포감을 준 자극을 최대한 제거해 주면 좋습니다.

우채윤: 부모님들이 많이 궁금해하시는 지점이 이게 그냥 떼쓰기 텐트럼인지 정말 멜트다운, 불안이나 어떤 공포에 압도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김남욱: 저희도 부모님과 면담하고 아동을 관찰하면서 이게 요구나 회피의 기능이 있는 문제 행동인가, 아이를 압도하는 불안이나 공포감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하는데요. 하기 싫은 과제를 회피하려고 뛰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행동이었을 때는 오히려 그 문제 행동에 관심을 주지 않거나 주어진 과제를 끝까지 완수하게 해야만 하지요. 예를 들면 상태가 공룡 옷이나 피규어를 보면 무조건 가지고 싶어 해서 떼를 쓰는 것이었다면 소리 지르고 괴로워해도 절대 그 물건을 주지 말고,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시키고 남의 공룡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설명해 주었을 거에요

우채윤: 텐트럼이라면 말이죠.

김남욱: 네. 그런데 상태는 공룡 옷을 가지고 싶다기보다, 그 공룡 옷을 입은 아이를 보고 공룡이 생각나서 자신의 관심사를 줄줄 읊은 것인데 아이 아빠가 이걸 위협적인 행동으로 느껴서 상태를 때리려고 해서 상태가 공포감으로 멜트다운된 거 잖아요? 이 때는 일단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고 진정시킨 다음에 나중에 타인에게 갑자기 다가가거나 말을 걸면 놀란다고 설명해주어야 하죠.

우채윤: 네 우선 진정시키고 상황설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군요.

김남욱: 네. 탠트럼은 "이거 줘!" "이거 안 해!" 이렇게 자기 요구 표현에 가까운 경우가 많고 멜트 다운은 "으악!! 이 거 (이 느낌, 이 상황) 뭐야!!! 무서워!!!! 피하고 싶어" 여기에 가깝달까요^^;;

우채윤: 앗. 연기를 잘하십니다. 선생님 최고! 텐트럼이냐 멜트다운이냐를 이해하려면 아이의 상태를 잘 아는 주양육자나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관찰해서 판단해야 하겠어요. 결국 사람에 대한 지속적이고 깊은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남욱: 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제가 멜트다운은 공포나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라서 도와주고 안심을 시켜줘야 한다고 말씀은 드렸습니다만, 사실 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장해가 되느냐죠.
초원이가 처음에는 초코파이 외에 다른 음식의 감각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멜트다운을 보였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초코파이만 먹으면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니까요. 그리고 처음에는 낯선 음식에 대한 혐오와 불안에 멜트다운을 했는데, 그 때마다 초코파이를 냠냠 먹을 수 있게 되면 부정 강화 (싫어하는 음식 제거) + 긍정 강화 (초코파이 냠냠)까지 주어져서 시작은 멜트다운이었지만 그것이 문제 행동으로 공고화, 굳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당장은 혐오감이 드는 자극을 제거해 주셔야 합니다만, 어떻게 생활에 도움이 되는 필수적인 자극들을 아이에게 덜 두렵게 노출시키느냐...에 대하여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 굳이 그럴 필요 없는 자극은 아예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우채윤: 네, 자극을 회피할 것인지 체계적으로 덜 민감하게, 둔감하게 접근하게 할 것인지는 아이의 발달 상황을 고려하고 앞으로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부모님과 담당의사가 잘 의논해서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소개해요 톡톡 세 번째 시간에는 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김남욱 원장님과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나타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특징, 특히 텐트럼과 멜트다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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