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뚱이엄마
아주 오래전 뚱이가 모유를 먹던 순간이 종종 기억날 때가 있다.
엄마와 눈을 맞추며 모유를 먹던 뚱이가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으응~~"소리를 내며 씨익 웃는 모습, 그 웃음에 입 옆쪽으로 먹던 모유도 흐른다.
그러고는 다시 먹는 일에 열중한다.
아이를 낳고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래서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이다.
그랬던 아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에 처음으로 맞이한 내 아들의 사.춘.기.
처음 다가온 발달장애인인 내 아들의 사춘기는 혹독했다.
뚱이가 학교에서 신발주머니를 높은 곳으로 던져버려 학교보안관 아저씨의 도움으로 장대로 겨우겨우 팔을 뻗어 받아오기도 했고, 4층 교실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며 옷을 던져 버리기도 했고, 불안하거나 혼이나면 엄지손가락을 뜯어내기를 반복해서 피도 나고, 포도송이처럼 사마귀가 가득 들어 앉기도 했다.
전교생이 모두 하교하는 길, 화가 잔뜩 나서 욕 샤우팅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적도 있었다.
중학교에 올라와서의 사춘기는 처음 겪는 사춘기와는 달랐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고 해서 애를 먹었고, 아주 오래전 어린이집 다닐 때의 일들과 초등학교 때의 일 등, 자신이 지내온 과거의 일들 중에 다양한 기억들을 소환하며 (희노애락이 다 있었지만, 그 중에 노 가 가장 많았다.) 분노를 쏟아내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때면 무한반복으로 이어지는 질문과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렸으면 좋겠다는 등의 협박성 말들로 화를 표출하곤 했다.
내가 느끼기에 만번 정도의 반복적 말과 행동을 해야 끝이나는 것 같았다. 내가 더이상 견디지 못하는 극한의 순간이 오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서야 그 반복적인 말과 행동은 멈춰졌다.
이제 뚱이는 고등학생이 된지 딱 5개월째이다. 그동안 뚱이는 자기의 생각을 고찰시키려 짧은 말들로 나를 설득시키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흔히 말해 머리 굴리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머리굴리지 말라고 하셨었는데.....이제야 깨달았다. 선생님 눈엔 다 보였다는 걸...'
고등학생이 된 뚱이는 자기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계획했던 것을 꼭 하고야 만다. 아이와의 의사소통은 더 수월해진 반면 오히려 더욱 긴장되는 이유이다.
5월의 어느날이었다.
치료실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으로 온다고 약속을 했는데, 20분정도가 지난 후 전화가 온다. 기존 계획 대신, 지하철을 3개를 갈아타고 집으로 오겠다는 말을 한다.
발달린 녀석이 그러겠다고 마음 먹은걸 전화로 어찌 막을 수 있겠나?
그러라고 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우니 전화 말고, 문자로 이야기 하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한시간이 더 지난 후 집에 도착한 뚱이를 앉혀 놓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왔니?"
"마을버스로 3호선 양재역에 가서 7호선 고속터미널을 지나 4호선 이수역을 거쳐 집으로 왔어요."
그렇게 집에 오면 많이 돌아오게 된다고 잔소리 하려다 말았다.
"집에 왔으니 됐다."
어느 날은 시간 계산이 안 되는 아이가 하교 후 햄버거를 먹고 치료 수업을 가겠다고 기어이 햄버거를 먹고 수업 시간에 늦어버렸다. 엄마인 내 전화를 7번이나 끊으면서 말이다.
아이와 얘기하는 중간중간 내가 기침도 나왔던 게 기억나는 걸 보니 이 날은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 같다.
"너어무 배가 고파서 그랬단 말이잖아요!!!!!"
아이가 자기항변하는 것을 듣고 시간 계산을 하는 법을 배우고 시간에 늦지 않게 다녀야 함을 배워야 하는구나,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이야, 그 햄버거가 맛있드나?"
나는 하루하루를 하루살이처럼 산다.
하루 잘 살아냈으면 감사.
또 그 다음 하루 잘 살아냈으면 감사.
이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세번째의 사춘기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인 사춘기가 우리 아이에게도 제때 제대로 와준 것에 감사하기로 마음먹은 초등 고학년의 어느날.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내가 미치지 않고 사는 것이 기적이라고 종종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뚱이는 매일 성장하고 있고, 발달하고 있다. 조금 느리고 힘들지라도 말이다.여전히 뚱이는 모유를 입가로 흘리며 나를 항해 웃어주던 사랑하는 내 아이다.
발달장애 아들의 사춘기. 이렇게 오늘 하루가 바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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