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의 승자는 없다

저자 황보람(소아정신과 전문의 성모정신과의원 부원장)

우채윤 승인 2021.06.28 10:45 의견 0
Kanenori from Pixbay

저자 황보람(소아정신과 전문의 성모정신과의원 부원장)


“A양은 학교에서 ‘일진’이라 불리운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자신의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다른 여자 친구를 따돌리고 때린다.”

그렇다. A양은 소위 말하는 학교폭력 가해자이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이다.

최근 학교 폭력의 특성은 피해자, 가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SNS를 통한 사이버 폭력, 정서적 폭력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 정교해지고 미세해져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성장하면서 또래와 또래 집단의 영향이 증가하게 되는데 가해자의 경우는 폭력을 효과적인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자기 조절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가해자들 중 종종 가정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이기도 한 경우가 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말처럼 가정에서의 학대 경험은 직접 노출이든 목격이든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벌은 폭력행사의 정당성을 내재화시키게 되고, 대인관계의 갈등 시 문제해결방식을 폭력으로 제공하여 아이들에게 학습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학교폭력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한 번 가해자는 영원한 가해자도 반대로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A양은 일진들 간의 다툼으로 일진회에 회의감이 들어 결국 탈퇴를 하게 되었다. 그 후 예전 친구들이 A양을 배신자라고 비난을 하며 따돌리고 폭행한 사례가 있다.

가해경험과 피해 경험은 가해와 피해 상황을 명확히 선그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일정 시점에서 가해자였다가 다른 시점에서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입는 상처는 크다. 인지, 정서, 행동상의 문제, 신체증상, 성격의 변화 모두를 동반할 수 있다. 지속적인 불안을 호소하며 타인에 대한 불신, 대인기피를 보이고 결국 등교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도 피해 경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타인의 공격으로 인해 손상된 자기 가치감을 회복자고자 하는 의지로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피해와 가해를 중복적으로 경험한 경우에는 우울감, 자살생각 등 심리적 부적응 문제가 더 높다.

학교 폭력의 승자는 없다

학교 폭력의 승자는 없다. 서로 상처만 남는 전쟁에서 어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일단 사건이 발생하기 전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교사 연수, 고위험군 학생 관리 및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부모는 평소 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종종 진료를 볼 때 사건이 발생한지 꽤 시간이 흘렀렀음에도 부모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무시를 당한 경우도 있다. 결국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평소에 원만해야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녀가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된다.

학교폭력은 예방이 가장 좋지만, 이미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피해 학생이 도움을 요청할 때 적극적으로 경청을 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애들은 다 싸우면서 크는 거야’, ‘너도 같이 때려’ 등의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 학생의 상황 및 감정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해주며, 특히 자살 징후가 있는지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 급성기에는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조기 개입 및 치료가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학교폭력에도 예외는 아니다. 사건이 정리가 되면 사후 관리 및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옛말이 있다. 학교폭력은 이제 더이상 아이들끼리의 장난으로 치부될 것이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부모, 학교, 교사, 학생들...모두가 나서서 총체적으로 노력을 해야 가해자도 피해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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