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발달장애로 인정받기

저자 장지용

우채윤 승인 2021.08.26 22:59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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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지용 (저는 사무직 노동자, 칼럼니스트, 사진작가, 야구팬, 그리고 성인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발달장애 판정받는 것은 내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발달장애라는 개념, 자폐성 장애에 대해 대부분 사람이 잘 모르기도 했고,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에게 설명하기는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발달장애로 인정받고, 인정하기 어려웠던 시기이다.

나는 유아동기 때 발달장애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대부분 아이가 치료실에 다니는 것처럼 나도 특수교육 기관 등에서 치료, 재활 등 교육을 받았다.

당시에는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이 더 좋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조차 아이들에게 대놓고 공부를 못하면 특수학급에 간다는 식의 말을 하던 시대였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학업성적이 저조한 것이 발달장애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인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없었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발달장애인이면서 학업성적이 좋은 것은 극소수들에게서나 가능하다.

나는 발달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인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온갖 차별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 후 갑자기 아이들의 괴롭힘이 확연히 줄어들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철저한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 생활이 한몫했다. 만약 나를 괴롭혀서 장애학생 차별 등 폭력을 하다 들키기라도 하면 ‘행동발달사항’ 등에 기록될 수 있고, 그러면 대학입시에서 ‘빨간 줄 그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입시에 열중인 동급생들 사이에 낄 수 없었다. 나는 발달장애인인가. 장애등록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등록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사실 어머니께서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내 장애등록을 검토하였지만, 당시는 내가 거부했었다. 내가 겪은 중학교에서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장애학생 차별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내가 발달장애인이고 자폐성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것을 빌미로 더 많은 차별과 폭력이 행해지고, 너는 장애인이어서라며 그러한 폭력을 합리화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고등학생이었지만, 발달장애인도 자폐성 장애인도 아니었고 아직 장애인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상태였다. 잔인하게도 이런 내 고민과 달리 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장애인 차별성 표현을 대놓고 내 앞에서 했고, 별명이랍시고 나를 비하했다. 물론 비하 발언이 아닌 별명도 있기는 했다. 지용, ‘지드래곤’. 그게 다였다.

발달장애를 인정받는 것은 복잡하다

당연히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학교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가 되어야 하며, 주변인들이 인정해야 한다. 법적인 장애인 등록은 나중의 일(나는 대학교 졸업 직전에야 등록을 마쳤다)이었고, 학교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였지만 학교 아이들은 내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반 아이들은 발달장애라는 단어조차 몰랐다. 당시 장애인에 대한 이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투쟁과 이동권 투쟁이었다. 발달장애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었다. 최근에는 의무화되었지만, 당시에 장애인식개선교육 이런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고 한다고 해도 건성으로 하는 수준이었다.

아이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은 참담한 수준이어서 장애인을 ‘거지’라고 생각하며, 내 앞에서 ‘너 장애인이라 수급비 받는다며? 수급비 얼마야?’ 이런 말을 대놓고 하던 시대였다. 나는 지금도 실업급여를 받은 적은 있어도 수급비를 받은 적은 없었다. 심지어 활동지원사라는 개념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즈음에야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으니 말 다 한 시절이다.

입시만이 전부인 고등학생들은 때로 무례하게도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이 있으니 대학에 쉽게 갈 수 있겠다고 비아냥대던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장애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 나는 좋은 대학에 진학했을 것이다. 아, 그렇다고 내가 대학 진학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결국, 일반전형을 통해 상명대학교에 진학했다.

나는 발달장애인이며 자폐성 장애인이다

어찌 보면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던 이런 과정을 겪으며 점차 나는 내가 남들과 조금 다른 발달장애인이구나, 자폐성 장애인이구나 받아들였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요즘은 과거와 비교하면 ‘대단히 진일보’한 세상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체계화되고 있고, 특수교육에 대한 끔찍한 혐오도 조금은 줄어든 것 같고, 한편에서는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의 통합교육도 강조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이전과 달리 통합교육이 얼마나 좋아진 것인지 확실히 드러낼 만한 것은 없지만, 분명히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여러 선생님, 발달장애인들, 부모님이 있다.

물론, 발달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우리를 좋아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발달장애인이 교육에서, 사회에서, 삶에서 인간으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만약 수능과 대학입시에 발달장애에 대한 문제가 출제되고, 평가요소가 된다면 그제야 인식개선이 확실히 되지 않을까. 하는 우스갯소리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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