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매거진 ADHD 특집 1> 저는 ADHD로 진단받은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우채윤 승인 2021.08.26 23:1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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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매거진 ADHD특집 편>의 내용들은 절판된 종이 발달매거진 2권에 실려있는 내용으로 온라인에 이전해 게재합니다.

저자 김정현 (대한ADHD지원협회 공동대표, ‘ADHD, 너를 사랑해’ 저자)

저는 ADHD로 진단받은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큰 아이 승민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ADHD로 진단받았고, 둘째 윤아는 2학년 때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올해로 만 9년째 대한민국에서 ADHD를 가진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발달 매거진 ADHD 특집편에서, 지난 9년 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등교 및 진학 포기 각서>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등교 및 진학 포기 각서>는 승민이가 6학년 때, 2주간의 정학처분과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가해자로 재차 회부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제가 학교의 요구에 의해 제출해야만 했던 서류입니다. 각서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6학년 5반 차승민은 2016년 11월 1일부터 2017년 2월 13일까지 학교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며, 졸업 후에는 관내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겠습니다.

승민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지옥같은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승민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어서 졸업에 필요한 출석일 수가 다 채워지면 더이상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학교에서는 아이의 학습권을 이유로 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학업일수를 다 채운 후, 승민이가 자살을 생각할 만큼 더이상 학교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을 때, 저는 학교가 허락하지 않아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학업일수를 다 채 웠으니 더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졸업할 자격이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학교측은 그마저도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승민이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가해자로 회부되었습니다. 제가 학폭위가 열리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자, 학교는 <등교 및 진학 포기 각서>라는 이 서식을 만들어 저에게 사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승민이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류에 서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각서 때문에 승민이는 11 월부터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됩니다.

6학년 5반 차승민은 2016년 11월 1일부터 2017년 2월 13일까지 학교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며, 졸업 후에는 관내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식적인 문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각서와는 상관없이 <중학교 입학 배정 통지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입학을 포기해야만 했고, 담임선생님은 친절하게도 검정고시를 보려면 입학유예 처리가 되어있지 않아야 한다며 다니지도 못할 중학교에 가서 <배정포기확인서>를 제출하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나라 중학교육은 의무교육이라 초등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누구나 중학교육을 받을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승민이는 그토록 아동의 학습권 보장을 외치던 학교로부터 쫓겨났으며, 원하는 중학교에도 입학할 수 없었습니다.

6학년 때 승민이는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가해자로 회부되었습니다. 승민이가 본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5학년때부터 담임선생님은 물론 교장, 교감선생님도 아이가 ADHD를 진단받고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승민이의 과잉행동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고 단지 스스로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을 한다고 해서 아이의 이런 행동이 고쳐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라고 하소연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물론 학교의 제도와 선생님만을 탓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인 저도 아이를 다루는 방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고, 한때는 아이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이해해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ADHD 아이들은 비장애 평범한 아이들보다 사회적인 약속을 지키는 것을 더 어려워합니다. 한마디로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여러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선생님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사회성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은 수학 문제 하나를 더 풀고,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보다 학교라는 사회생활을 통해 올바른 사회적 규칙과 약속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 학교에는 제대로 된 상담선생님조차 없었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ADHD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왜 승민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어야 하는지 저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지만, 다른 부모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가벼운 처벌로 일을 마무리 해주겠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처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처벌을 받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는 교감선생님의 말씀에는 부모로서 절망했습니다.

승민이는 ADHD와 그로 인한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인지기능은 우수하지만 인지기능 간 편차가 크고 상당히 불균형하게 발달되어 있어 기능 발휘에 어려움 이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는 쉽게 불안해지고 유연한 사고와 대처가 어려워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특히 불안을 경험할 때 행동화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으며, 매우 작은 스트레스도 극단적인 어려움으로 해석하여 과잉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ADHD 증상은 아이가 타고난 것이지만, 우울증은 그런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아이가 살아가면서 받은 상처로 인해 발생한 2차적인 질환입니다. 우리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였지만 세상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너무나 어리석게도 승민이가 ADHD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지인들에게 알렸다가 가족 전체가 동네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로인해 저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아이는 학교에서 말썽쟁이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수록 아이는 점점 더 폭력적이고 우울한 모습으로 변해갔고, 그때문에 이사와 전학도 해야만 했습니다. 어느누구에게도 우리 가족의 아픔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고, 남편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서 저희 가족은 점점 위축되고 고립되어 갔습니다.

육천사백칠십육만 오천팔백 원

여러분은 이 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이 돈은 지난 9년간 저희 가족이 ADHD를 치료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입니다. 지난 9년간 6천만 원이 넘는 돈이 소요되었고, 아이들의 치료와 양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어야만 했던 저의 기회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그 금액은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경제적인 부담과 사회적인 시선때문에 치료를 주저하게 됩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때문에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는 것을 더욱 꺼리게 되고, 아이가 심리적으로 크나큰 상처를 받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ADHD 치료에는 개인이 감당하기엔 엄청난 시간과 돈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고통은 오롯이 부모와 아이의 몫이었습니다.

과연 이들 중 몇 명이나 아이가 스스로 ADHD 성향을 잘 조절하며 사회에 무리 없이 섞여 살 수 있을 때까지 치료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무관심과 사회의 외면 속에서 혼자 힘들어하며 아파하고 있을까요?

그러니 ADHD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이해와 역할은 무척 중요합니다. 최근 방송된 KBS [생로병사의 비밀, 성인 ADHD]편을 보면 ADHD가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ADHD를 연구하는 ‘UC 버클리대의 리쳐드세플리 교수’는 그의 저서 ‘ADHD 폭증’에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ADHD는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고 하였습니다. 소아청소년기의 치료를 위한 비용보다 성인은 약 20배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므로 조기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자신이 ADHD라는 사실을 남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민이는 지난 2년간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에서 많은 위안과 마음의 안정을 얻었지만, 이제 다시 공교육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아이가 다만 1년 만이라도 더 별 학교에 머무르길 바랐지만, 아이는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면 자신이 경계가 아닌 주류로, 보통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아이를 말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승민이의 생각과는 달리 공교육 안으로 돌아간 승민이는 여전히 경계에 놓여있습니다. 제가 승민이와 함께 겪어본 우리나라 공교육의 교육 현실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승민이의 담임 선생님께 지난 3월 우연한 계기로 승민이가 ADHD 치료를 받는다는 걸 알리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승민이는 2박 3일의 수련회를 갈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 공교육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품어줄 여력이 없습니다.

저는 승민이가 스스로 ADHD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며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예전에는 ADHD가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잠시 앓고 지나가는 증상이라고 여겨졌지만, 요즘은 점차 ADHD 성향이 그 사람의 평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평생을 ADHD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경계인이라는 틀에 가두어 아이를 피해의식속에 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이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될 수는 없는 걸까요?

저는 ADHD 아이 둘을 키우면서, 부모지만 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같이 공부하고 아이와 함께 커나갑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도 이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 분명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교사가 이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교사를 지지해주고 지원해주는 제도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캐나다의 경우 ADHD 환자들을 돕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기반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캐나다의 공립학교는 ADHD 학생을 위한 맞춤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에게 맞는 교육방식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고, 치료에 들어간 세금에 대한 환급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CADDAC이라는 민간 사회단체도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ADHD가 우울증이나 당뇨와 같이 관리와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여겨지길 원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적절한 재정적 지원과 정확한 진단,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제공해 주었으면 합니다. ADHD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문제로 인식되어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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