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매거진 ADHD 특집 3> ADHD와 잘 지내는 길 전문가 토론 -1편

우채윤 승인 2021.11.27 17:52 | 최종 수정 2023.11.17 00:4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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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잘 지내는 길 전문가 토론편은 ADHD로 진단받은 자녀의 부모,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교사, 치료사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 글로, 절판된 종이 발달매거진 2호에 실렸던 글을 편집한 내용입니다.

<전문가 토론 참여자 소개>

김남욱 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지연 미국 유아특수교사, 인지행동치료사

송영화 ADHD 진단 10년 차 아들을 둔 어머니

곽보경 서울재활병원 작업치료사

김 선생님 초등교사

김소정 A 정신건강의학과 언어치료사

우채윤 발달매거진 발행인 및 심리상담전문가

우채윤(발행인) ADHD를 지닌 아이들이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이르러,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학교폭력, 왕따 등의 학교 생활 중 다양한 문제와 결부될 때 극단적인 자퇴종용, 진학포기각서 등을 거쳐 공교육에서 퇴출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ADHD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김선생님(초등교사) 실제로 저희반에서 ADHD 학생이 학폭위(학교폭력위원회)에 한번은 가해자로 한번은 피해자로 회부된 경우가 있었어요. 아이의 부모님은 이전까지 늘 가해자의 입장이었다가 피해자가 되었는데, 본인은 가해자 입장일 때 늘 사과하고 죄인의 입장인데, 막상 피해자가 되니 사과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억울함이 많으셨다. 사실, 이 아이의 경우 치료시기가 늦어져 학교 내에서의 상황이 점차 악화된 케이스이다. 아이가 ADHD 성향이 많으니 저학년부터 부모에게 검사를 권유했지만,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며 학생에 대한 치료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가 고학년이 되어 학교폭력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더이상 치료를 미루면 사춘기가 되어 더욱 힘들어진다고 어머니를 설득했지만, 가정 여건이 엄마와 아이 모두 가정 폭력에 노출된 상황이어서 가정에서만 이 아이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치료를 권유했지만 부모의 선택이라 강요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저학년때부터 담임과 가정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학생도 치료를 받았다면 서로 오해가 줄었을텐데 계속해서 부정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피해의식이 매우 강해지고, 이미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아이는 학교에서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갔다. ADHD 학생과 가족이 다른 엄마들과 선생님들과 내 아이의 상태를 오픈하고 치료받고 교사들과 같은 반 엄마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선생님 생각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난 엄마들에게 아이의 상태를 공개하는 것은 선택적으로 하라고 말한다. 김선생님처럼 오픈마인드가 아닌 분이 담임선생님이라면 분위기봐서 상황파악해서 말하라고 한다.

ADHD 친구는 규칙을 덜 어기면 칭찬을 해줘야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규칙을 어기면 벌을 줘야 하는 상황을 잘 조율할 수 있는 선생님이라면 오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반대로 많은 선생님들이 ADHD라고 공개하면 “내 그럴줄 알았지. 너는 방과후 체육은 공격적이 될 수 있으니까 또는 태권도는 자극할 수 있으니까 안돼.” 아이의 학교생활을 모두 ADHD와 결부해 판단한다. 선생님 생각으로는 아이한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열심히 노력하시지만 아이한테는 상처가 되는 상황이다.

ADHD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교실에서 멍하고 있거나, 공격적이지는 않은데 빨빨빨 돌아다니기만 하거나, 너무 공격적이거나 등 선생님들이 일관되게 적용하기 어렵다. 선생님도 해마다 다양한 ADHD 아이들을 맡다보면 너무 힘드니까 결국 ADHD는 내가 뭘 해줘도 다루기 힘들다는 편견이 생기게 된다.

엄마입장에서도 ADHD라고 말하면 차별받고 낙인이 찍힐까봐 당연히 학교나 주위에 공개하기가 어렵다.

우채윤(발행인) : 교실에서 교사 한 명이 많으면 30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양상을 가진 ADHD 학생을 세심하게 지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

송영화 (부모, 아이가 ADHD 진단 후 10년 차) : ADHD 자조모임을 해도 다 케이스가 다르더라. 모임 회원 중 한 명은 담임선생님한테만 아이의 이야기를 했는데, 온 동네에 소문이 다 나서 동네에 얼굴을 들고 다니지도 못할 정도였다. 학교에서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너 ADHD라서 그러냐 이런 반응이 일반적이다. 저도 처음에는 방어적이지 않고 오픈마인드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선생님의 성향을 봐서 아이의 성향 정도만 얘기하게 되더라. 별개의 사건인데 엮어서 생각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점점 마음이 닫히고 움츠러들게 된다.

우채윤(발행인) : 학교의 위클래스에서 상담선생님의 개입은 어디까지일까?

김선생님(초등교사) :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위클래스에 연계를 할 때,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하면 일주일에 한 번정도 상담, 교실에서 문제행동 시 잠시 수업 도중 위클래스에 맡기고 진정되면 다시 교실로 데려온다. 학교 위클래스의 가장 큰 단점은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방학이 있고, 상담선생님들이 출장을 가신다. 상담교사는 순회가 대부분(편집인 주 : 경기지역)이라 학생들이 꾸준히 도움을 받으려면 위클래스만으로는 부족하고 외부가 낫겠다고 생각한다.

송영화 (부모, 아이가 ADHD 진단 후 10년 차) : 학교에서 위클래스 선생님이 여러학교 순회다니지 않고 상주만해도, 법적으로 학교에 존재할 수 있는 전문가가 상담 선생님이니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외국의 청소년 소설만봐도 상담선생님이 문제아동을 변화시키는 스토리가 많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는 판타지다.

김선생님(초등교사) : 저희학교는 상담선생님이 제작년부터 상주하시는데, 한 학급이 50학급이 되는데도 상담선생님 1분이시다. 저희 반만 해도 위클래스를 이용하는 학생이 3명인데 15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상담선생님 한 분이 보시는 거다. 저는 학기 초에 연계가 필요한 아이들을 빨리 연계하는데 연계가 필요함에도 연계가 안 되는 아이들도 많은 것을 고려하면 상담선생님은 매우 부족하다.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지금 현재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상담선생님이다. 마치 게이트 키퍼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ADHD만해도 너무 양상이 다양하니, 아이의 상황을 파악해주는 역할을 학교에서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진료실에서는 애들이 세상 얌전한데, 학교선생님은 아이가 학교에서 짝을 때렸고, 소리를 지르고 돌아다니고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보내신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대국민 전국 교육을 해마다 하는데, 부모님들께 우리집에 있는 애와 학교에 있는 애는 다른 아이라고 생각하시라고 한다. 아이마다 대응이 달라야 하고, 어렸을 때 아이들을 올바르게 행동을 바꿔야 하는데, 나이가 더 들면 바꾸기 더 힘들다. 그래서 교사와 충분히 소통한 이후에는 교사를 믿고 일관된 교육 방법을 시행해야 한다.

우채윤(발행인) : ADHD 아이들이 진단받고 치료받는 의사, 치료사, 학교, 부모가 연계가 안 되고 있다.

곽보경 (서울재활병원 작업치료사) :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의 외래치료 중, 부모님께서 초등학교 입학 후 사회성이 걱정된다며 학교와 연계를 시도하겠다고 하셨고, 교사와 협의 후 동의를 얻어 2교시 정도 수업시간에 참관했다. 확실히 치료실에서의 상황보다 학교에서 노출된 상황은 많이 다르더라. 좋았던 것은,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문제행동이 보이는지, 친구들과 의사소통이나 사회성에서 어떤 점이 어려운지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충동적 행동을 발현시키는 원인이 있는데, 전문가나 어머니는 쉽게 볼 수 있어도, 교사가 알아채기는 힘들 것이다. 학교 수업에 어머니가 직접 참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드니,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어머니가 먼저 요청해주시고, 서울재활병원에서 학교 내의 일상생활 평가라는 지원사업이 있어서 제가 치료를 뺄 수 있었고, 동시에 학교의 적극적인 협조로 공문작업 없이 교사와의 1:1 협의만으로도 가능했다. 이러한 제도가 공식적으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선생님(초등교사) : 현재는 담임교사와 교장의 재량이 될 것이다. 교사들 중 수업 공개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수업공개는 선생님들이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도 아이가 관심을 끌기 위해 문제행동을 하는 경우, 치료사들이 일부러 관심을 안 주며, 행동수정을 하기 위해서 모른 척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안아달라고 울고불고, 말 안 들어주면 옷을 벗는 아이가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안아달라고 울고, 옷 안 벗게 미리 들어주면 되는데, 치료사와 의사가 아이에게 애정이 없어서 모른 척한다고 서운해 하신다. 병원입장에서는 아이가 문제행동을 했을 때 무시하고 안들어줘야 행동수정이 되지, 문제행동 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행동수정이 쉽지 않다. 부모가 치료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치료를 하자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되기도 한다. CCTV에도 이러한 상황이 촬영이 될 것이고, 혹시 부모가 불만을 제기해 나중에 CCTV를 확인하면, 의료진이 일부러 무관심한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부모는 변명이라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모든 과정과 기법들을 부모에게 일일이 설명하면 오해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일 것이고,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송영화(부모, 아이가 ADHD 진단 후 10년 차) : 인지행동치료에 있어서 부모들이 설명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학교와 선생님이 학교에서 우리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게 한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초반에 잘 가이드가 되면 부모도 아이를 지도하기도 좋고, 학생도 적응하기 좋은데 말이다.

우채윤(발행인) : 아이들마다 병원, 치료사, 교사 등이 소통할 수 있도록 전문가 지원팀이 꾸려진다면, 그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할까?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현실적으로 각 병원이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근무 중인 작업치료사가 학교로 출장가서 그 학생의 수업을 참관한다고 해보자. 작업치료사가 병원에서 근무 시 하루 10~12개의 수업을 빡빡하게 운영을 하게 되는데, 학교로 나가면 그날 외부치료는 의료수가로 인정되지 않고 치료비를 받지 못한다. 작업치료사는 병원에서 이미 예정되어 있던 다른 치료 수업을 전혀 못 하게 되고 고스란히 병원의 적자로 남는다. 소아재활치료 수가 자체가 낮아 소아재활병원은 100프로 재활치료가 차 있어도 병원은 적자인데 이러한 외부 출장이 잦아지면 병원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개인병원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학교로 출장을 나가라는 것은 하루 수입을 포기하라는 것인데 지금 현 시스템에서 과연 누가 희생해서 학교를 찾아갈 수 있을까.

우채윤(발행인) : ADHD 아이를 돕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의 치료 지원을 받으려면 결국, 학교의 허락을 얻어, 부모 사부담으로 비용을 지불해 의사와 치료사를 초빙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한지연 (미국 특수교사, 인지행동치료사) : 미국에서는 참관에 따른 출장비, 치료비 등(편집인 주 : 만약, 치료수업 1차시를 한다고 하면 그에 따른 교통비, 이동시간에 따른 비용을 모두 산정해 출장비가 지급되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차시 수업료만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을 국가에서 모두 지원한다. 한국에 들어와서 보니 미국과는 달리 시스템이 없더라. 미국에서처럼 개인적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교사들뿐만 아니라 어머니들도 꺼려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괜히 노출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더라.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 시도하는 중이다. 또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 점은 일반교육 전공자들이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도 일반교사가 특수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똑같다. 그 대신 미국에서는 일반교사와 학교들이 외부의 도움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우채윤(발행인) 저도 중등국어교육과 심리학,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지만 일반교사에게만 잘못됐다고 부담을 지울 것은 아니다. 현재 일반교사들은 특수교육에 대한 제대로 된 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외부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너무 맨땅의 헤딩 아닌가? 중등교사의 경우는 임용고시에서 누가 더 많이 알고 공부를 많이 했는지를 따져서 매우 어려운 시험(보통 임용고시 경쟁률이 15대 1은 가뿐히 넘어간다)을 통과한다. 지식위주의 임용고시에서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반영되기는 힘들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 ADHD를 포함, 장애의 경계선이거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 결국, 시스템이 부재하니 전적으로 교사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게 된다.

송영화 (부모, 아이가 ADHD 진단 후 10년 차) : 많은 아이들을 다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담임선생님들도 많이 힘드실 것이다. ADHD 청소년기까지 유병률이 매우 높은데, 방치되고 성인이되면 사회적응이 힘든 경우가 많아 조기진단과 치료와 교육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소아정신과에 방문한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더라.

우채윤(발행인) : ADHD 자체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크다. ADHD라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다들 놀라고 피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한편으로 ADHD에 대한 부모와 교사의 잘못된 인식도 많다. 부모조차 아이가 ADHD니까 약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교사도 학년 초에 아이가 산만하고 행동이 이상하니 “어머님, 아이 약 먹이세요.” 라고 먼저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약의 도움은 필요하지만 약이 전부는 아니다. 교사와 부모, 전문가의 교육적, 행동적, 사회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인데 말이다.

한지연 (미국 특수교사, 인지행동치료사) : 부모들이 여러 병원을 다니다 보면 소견이 다 다르고 진단의 내용도 다르니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약 먹으면 낫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다. 부모들도 진료 시 듣고싶은 것만 듣게 되는 탓도 있을 것이다. 가끔 병원에 가서 진단을 미루는 부모들도 있는데, 세상의 시선도 두렵고 확정을 받기 싫은 마음도 클 것이다. 약 처방 없이 사설기관들을 돌고 돌다, 아이는 나이지지 않고 학교폭력을 일으켜 문제아로 낙인 찍히는 일이 반복된다.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ADHD가 진단됐는데, 약을 생각을 안 하는 의사는 없을 것 같다. 좀 지켜보고 약을 처방하느냐 차이는 있지만. 그런데 ADHD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폐나 지적장애나 다른 질환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아이가 여러 가지 질환의 양상이 나타나는 경우, “집중력이 좋아지면 좀 더 좋아질 것 같아요.” 라고 치료사나 사설기관에서 부모에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엄마는 그게 귀에 딱 꽂힌거다. 의사 입장에서는 지적장애나 자폐는 ADHD약이 효과가 있다는 경우도 있고 없다는 경우도 있고, 비교적 약에 대한 순응도가 좋으면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약에 대해 예민하면 부작용이 큰 경우도 있다. 이미 사설 기관에서 엄마는 약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약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어요.” 라고 말을 하면, ‘우리 치료사 선생님은 아이가 약을 먹으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왜 효과가 없다고 그러지?’ 치료사와 의사의 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질환이든 약이 소용이 없는 경우가 있어, 이것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지만 뒤에 환자들이 계속 대기중이고 진료가 지연되는데, 이 모든 사항을 전부 설명할 시간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저희는 하루에 20명~30명 진료보니까 어느 정도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하루 6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ADHD 약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면, 모든 약에는 보험기준이 있다. 국내에서 ADHD 약은 7세 이상부터 처방할 수 있는데, 7세 이전에 이 약을 미리 먹여서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직 아이에게 보험적용은 안 되고 부모 부담이 되어야 하니, 좀 기다렸다 먹이시는게 나을 것 같고 부모에게 얘기를 하면 부모는 “의사가 약 먹이지 말래요.”라고 기억을 하다, 타 병원 진료시 “ADHD 이므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라고 진단이 내려지면, 타 병원에서 “우리 아이는 ADHD 약 먹이지 말라고 했어요.”라고 말하게 된다. 대부분 진단 기준의 모호함은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의 다양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많다.

약을 처방할 때 고민해야 할 기준들이 너무 많다. ADHD 증상의 수준, 다른 지능저하가 같이 있느냐, 틱이나 불안장애가 오지 않을지, 식욕부진 부작용이 온다면 성장에 방해가 될지 등을 설명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엄마, 아빠의 의견 충돌이다. 아빠들은 대부분 치료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부모들끼리의 협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아빠가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필요해서 학교에 가서 아이를 보고 오시라고 권한다. 보고 오셔도, 어떤 아버지는 “여자 의사와, 여자인 엄마와, 여자인 선생님이 남자인 우리 아들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신다.

남자 아이들은 무심코 아빠의 행동을 많이 닮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가정에서 아빠의 지원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 체력적으로 어느 순간 엄마가 제어하기 힘들 때도 있다. 아빠가 매우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참여해야 한다.

우채윤(발행인) : ADHD는 통계상으로도 남자 아이들이 많지 않나?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그렇다, 남자아이들이 유병률이 배 이상 높다. ADHD라서 약물적 치료가 필요하고, 약을 먹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려도, 부모 입장에서는 약을 최대한 먹이고 싶지 않으니, “집에서는 얌전한데 학교 선생님이 얘를 미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좀 지켜보고 싶다.”고 말하면 의사라도 약을 꼭 먹여야 한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진료실에서는 엄마와 아이의 일대일 상황만 보니까 엄마의 말을 믿고 아이가 좋아졌다 해서 약 복용량을 줄이지만, 실제로 학교선생님의 말을 들으면 아이는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 치고다니고 날아다니고 있더라. 부모의 말과 아이의 학교 생활은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아이의 학교생활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사에게 전달해야 대처가 잘 될 수 있다.

김소정 (정신건강의학과 언어치료사) : 저는 아이나 부모님에게 ADHD 약을 안경에 비유한다. 시력이 약할 때 잘 보이도록 도구로써 도와주는 역할과 같다고.

궁금한 점이 있다. 아동기보다 성인기 ADHD 유병률이 훨씬 적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고, ADHD로 진단받아 아동기부터 ADHD 약을 꾸준히 복용하다 중단하면 우울증, 불안 등 어느 한 문제양상이 특화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성인유병률이 아동기보다 적은 것은 맞다.

우채윤(발행인) : 자연적 성장의 이유가 클 것이다.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그렇다. 신경발달장애라서 뇌가 성장하면서 과잉행동이 없어진다. 그리고 어릴 때는 자가진단이 아닌 주변 부모, 교사의 판단에 의하지만, 성인기가 되면 본인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성인의 경우 진단기준을 9개 중 6개 이상 만족해야 하는데, 3, 4개 만족하는 경우가 많아 ADHD라고 진단은 내려지지 않고, ADHD 증상만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증상이 좋아지는 이유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판단내려지지 않는 이유도 있다.

ADHD가 우울증으로 넘어간다는 것보다는 우울증, 틱, 품행장애, 등이 같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ADHD는 얼마전까지 소아질환으로 생각했다. 성인 ADHD한테 보험으로 약을 준 지도 얼마 안됐다. 성인이 ADHD 진단을 받든 안받든 ADHD를 갖고 살아왔으면 대부분 많이 우울하다. 학령기 때 많은 질책을 받고,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과 싸우며 사는데 얼마나 힘들고 우울하겠나. 본인이 ADHD였는지도 모르고 성인이 되어 정신과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우울하고, 집중이 안 되고, 생각 속도가 느려요.” 라고 하면 의사는 “우울증”.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아요. 매사 불안해요.” 그러면 “불안장애”로 진단내린다.

물론 의사가 성인의 아동기 때부터의 히스토리를 다 파헤쳐서 진단하면 ADHD+우울증, ADHD+불안장애로 진단내릴 것이다.

어릴 때 ADHD 진단받은 사람한테 성인이 되어 물어봤는데, 진단받은 자체를 잊은 사람이 있었고, 아동기에 ADHD였을 것으로 확실 시 되는 성인에게 당사자와 부모한테 어릴 때 산만했냐고 물어보니, 어떤 사람은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기억했는데, 그런 거 전혀 없었다고 회상 자체를 잘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여러 이유로 진단율 자체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요즘 연구 결과는, ADHD 증상은 성인이 되어도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의견이 많다.

우채윤(발행인) :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며 많은 사례를 접했는데, 아이 진단 받으러 갔다 본인도 ADHD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부모님들이 많았다. ‘나는 왜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집중이 안 되지? 실수가 잦지?’하며 살아왔는데, ADHD라고 진단받고 이해가 되자, 내 아이가 힘든 것도 자신이 힘들었던 것도 이해가 되며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이 꽤 많은 것을 보면, ADHD는 정말 유전되는 것인가? 부모님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것 중 하나가 약을 끊었을 때, 증상이 특화된다거나 다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약 얼마나 중요한가?

김남욱(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이 분야의 가장 유명한 연구가 MTA스터디이다. 치료 안 받는 경우, 약물만 복용하는 경우, 심리치료만 하는 경우, 약물 복용과 심리치료를 같이 한 경우로 나눠 연구한 것이다. 약물만 치료하거나 약물과 심리치료 모두 같이 한 경우 둘의 효과는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심리치료만 한 경우 효과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 이 연구가 나온 다음에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약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결론내리게 된다.

약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데 성인기가 되서도 계속 약을 먹어서 약으로 완전히 ADHD가 치료 또는 극복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어릴 때 치료를 받은 군은 안 받은 군에 비해서 학업성취도나 부부관계, 가족관계가 좋고, 불법행위 등은 높다는 결과는 있다.

‘약이 좋다, 약이 중요하다’가 아니라 이 아이가 학령기 때 학교에서 교과 지식이든 친구들과의 사회적 관계든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ADHD로 못 배우니까 성인기가 되어서도 문제가 된다고 본다.

정말 약 효과가 좋은 아이들은 조금만 먹어도 세상 모범생이 되어 학교생활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이런 아이가 약을 안 먹고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배울 것을 못 배우게 된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약은 다른 행동치료나 심리치료가 들어가기 위한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ADHD가 유전이냐는 질문이 많은데, 유전적 영향이 꽤 큰 질환이다. 어떻게 보면 베이스가 튼튼한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눈치껏 잘한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수용적인 선생님한테서는 잘하는데 엄한 선생님한테서는 잘 못한다. 이게 유전적 취약성 때문인데, 어머님들이 진료받으러 오셔서 내가 잘못 키워서 그렇다고 많이들 우신다. 그러면 저는 “사실 ADHD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에 있었다. 그런데 잘 키우면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일 확률이 높다. ADHD는 운명이었다.”고 항상 말씀드린다.

발달의 흐름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아이들의 특성과 취약한 부분을 잘 조력해주면 되는 것이다.

<발달매거진 ADHD 특집 3> ADHD와 함께 잘 지내는 길 전문가 토론-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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