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수 있고, 잘할 수 있고, 일하고 싶다

저자 장지용(자폐성 장애인 당사자)

우채윤 승인 2021.11.27 10:16 | 최종 수정 2021.11.27 10:19 의견 0
Photo from Pixabay


저자 장지용(저는 사무직 노동자, 칼럼니스트, 사진작가, 야구팬, 그리고 성인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진로 문제가 나오면 같은반 동급생들은 내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장지용, 너 수급비가 얼마야?”

“너, 구걸해서 돈 벌어라”

“장지용은 장애인이니까 집안이 거지다!”

‘혐오 발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황당한 사실이었지만, 그들은 장애인 고용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고, 장애인이 직업인으로 사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놀랍게도 그 시절에는 장애인고용공단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장애인고용공단은 1990년 설립되었다)

그들이 본 장애인의 모습은 직장생활한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고, 시설에 갇혀있어서 봉사활동 소재로만 이용되거나,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구걸하거나, 수급비에 의존하는 장애인만 지켜본 모양이었다.

하긴 그렇다.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내 시절에는 발달장애가 주류 장애 유형,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장애가 아니었으므로(다들 집에 있거나 시설에 있었을 것이다.) 비장애인들의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장애인이 일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었고, 기업체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이라는 개념도 없었던 시절이다. 그 제도는 2018년에야 생긴 제도였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직장인들이 듣든 안듣든지 반드시 들어야 하는 교육에 장애인식 교육이 ‘강제편입’ 되었으므로, 예전처럼 발달장애에 대해 아예 듣지 못한 사람은 훨씬 적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에 장애인고용공단은 짤막한 광고를 시작했다.

“장애인 고용과 거리두기 하지 마세요!”

일전부터 이런 광고를 시작했다지만 내가 현실 학교에서 접했을 때는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에 관해 교육하거나, 학교 교육과정에 장애인 고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최근 장애인고용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당사자 상당수는 대학진학과 취업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취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과거에 발달장애를 만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후원금 모금 방송이나 시설, 구걸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거나, 가족 중에 발달장애인이 있거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통해 교실에 같이 있게 된 발달장애 학생을 만났거나...

나는 현재 정부 기관 계약직, 대기업 자회사, 정부 기관 공채에서 대기 3번의 경험이 있다. 그중에는 입사를 위해 필기시험 과목이 행정학 등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본 시험은 면접에서 떨어지고, 내 꿈이었던 지하철역 역무원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사회는 저출산이다, 인구감소 위기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러한 인력 부족 위기에서도 발달장애인의 고용은 안중에도 없다.

시대는 변화했다. 발달장애인도, 나도 일할 수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회에서 도전할 기회가 생긴 것은 그간의 수많은 투쟁의 성과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정규직 채용 도전에 성공하는 꿈을 꾼다.

저작권자 ⓒ발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