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첼로

저자 뚱이엄마

우채윤 승인 2022.06.02 10:36 | 최종 수정 2022.06.03 14:17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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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첼로

2019년 어느날 아들은 우연한 기회에 첼로라는 악기를 손에 잡았다.
낮은음자리도, 악보조차도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난 무슨 계획으로 그리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내 아이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였고, 경험적 학습이 가능하다고 여겼기에 그것을 확장시켜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처음 첼로를 사서 레슨선생님께 갔던 날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이렇게도 무식하고 용감할 수 있을까?
용어도 악보도 잘 못보던 우리는 매일매일 연습만은 성실하게 했다.
기타를 치던 손이었지만, 첼로의 두꺼운 줄운 매일 잡으니 처음엔 벌겋게 닳아오르고 그다음엔 굳은살이 생기면서 벗겨지기 시작했다.

내 아이는 손가락이 왜 아픈거냐고 물었다.
나는 기타를 칠때도 연습을 많이 할때 아픈것처럼 첼로도 잘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하는데, 니가 지금 연습을 아주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소리가 점점 예쁘게 들려지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다행인건지 . . . .아이는 손가락이 아플때마다

"엄마~첼로를 잘 하려면 원래 이렇게 아픈거죠?" 라고 이야기하며 아주 성실하게 연습했다.

그렇게2년여의 시간이 지나 2020년12월 처음으로 관객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생겼다.

곡 선정과함께 시작된 연습.
그동안의 연습으로 듣는귀도 생겼고 악보와 음정을 보완하기위해 다닌 피아노학원 덕분인지 악보보는것은 나보다도 월등히 좋아졌다.

그러면서 점점 잘하고 싶은데 맘처럼 안되다보니 연습하면서 계속 틀리거나 음정이 불안하면 활을 누르며 화를 내기도 했고, 씩씩거리며 화나는 마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화난 마음을 알아주고, 가라앉게 기다려준다음 다시 연습을 하고, 집에 오는길에 차에서 참았던 울분을 쏟아내기도 하면서 평가곡을 읽고, 연습하며 외운 곡을 가지고 평가무대에 섰다.

이것또한 내아이의 첫경험이었다.
내 아이의 곡이 시작되었고 난 그간의 연습장면과 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잘하고 못하고는 맨 나중의 일이었다.
아이는 지금 자기 혼자와의 시간을 연주하고 있다.
곡을 끝내고 내려온 아이의 이마와 등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6월의 평가를 위해 다시 새로운 곡을 연습하고있다.

지금은 첫 평가곡을 준비할때와는 매우 다르다.

곡을 선정하고 곡을 읽기 시작한 2월.
여전히 어렵고 힘들어했지만, 이젠 말한다. 내아들이 본인의 입으로.

"엄마. 원래 처음 곡을 배울때는 누구나 다~힘들고 어려운거죠?
저 뿐만 아니라 레슨선생님도 그러시죠?"

"그럼~~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땐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때가 있어. 그럴땐 심호흡 하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하거든. 너도 그렇게 해도 돼."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말한다.
"엄마~처음엔 어려웠는데 이젠 익숙해졌어요. 이젠 지인짜 쉬워요."

내 아이는 이제 배운것같다.
무엇이든 처음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처음부터 다 잘하는사람은 없다는 것을.
나만 그런게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다는 것을.

하지만,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편안해진다는 것을.
노력을 했는데도 잘 안되는게 있다는 것을.
노력했더니 되는것도 있다는 것을.

예전에 이해하지 못해서 자기몸을 해 하며 아파했던 아이가 이제야 배운것같다.

오늘도 아들은 첼로라는 악기를 배우며 세상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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