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 장지용(자폐성 장애인, 청년 노동자)

우채윤 승인 2022.06.03 12:10 | 최종 수정 2022.06.03 14:1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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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지만 의외로 그런 고민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도 언제나 고민하는데도 내심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이다. 내면에서는 그러한 고민을 매일같이 하지만, 세상에서는 이런 고민이 부질없는 고민인 것인 양 취급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고민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당사자들이 고민하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 시점 이후에 부모님이나 당사자나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은 바로 ‘이제 뭐 하지?’라는 고민일 것이다.

비장애인들이라면 대부분 대학에 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 발달장애인들은?

2021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통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이 대학을 졸업한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 한 자릿수대 비율의 발달장애인만이 대학을 졸업한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졸업률이 10% 이하라는 것을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자퇴, 제적 등 중도탈락 비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 대학 교육의 의미는 졸업으로 가는 길을 무사히 마치는 것 자체와 졸업 후 진로에 있다.

대학 졸업이라는 관문을 무사히 지나갔어도, 취업,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발달장애인 취업하는 것도 어렵지만, 취업한 경우에도 일자리의 질은 여전히 낮다.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세전 200만 원 이상 받는 것은 거의 ‘하늘이 내린 발달장애인’이 아닌 이상 어렵고, 우스갯소리를 섞으면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월급이 세전 200만 원을 넘겼다는 것은 ‘성공한 인생’이라 할 정도로 최저임금 준수 비율은 낮다.

이외에도 고용 안정성 문제와 고용되는 직장의 특성, 그리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자리의 양적 문제까지 발달장애인 일자리 자체의 질에 대한 문제도 크다.

대학에 가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복지관이나 지역사회 주간활동센터가 있지만, 연령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이용 기간 제한이 있다는 점, 대기 인원수가 너무 많다는 점 등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이에 걸맞은 공급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발달장애인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은 시설 수용이 되는 것일까. 현재 분위기는 탈시설쪽으로 흐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애계의 탈시설 요구가 정책으로 반영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시설 폐지 추세로 흐르고 있다.

나는, 발달장애인은,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공부하고 싶으면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며 일상을 살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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