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채윤의 '발달장애 이야기'- KBS라디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2020년~현재)

우채윤 승인 2024.01.06 14:37 | 최종 수정 2024.01.07 08:5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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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발달매거진 발행인 우채윤입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KBS라디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발달장애 이야기'의 내용을 편집해 전해드립니다.

최근 18세 청소년과 그 부모님을 상담했어요. 당사자 분께 동의를 받아서 전해드리는 내용입니다. A군은 초등학생 때 진단을 받고 장애등록을 했는데, 자폐성장애인데 지적장애로 등록이 되었어요. 먼저 발달장애의 특성을 잠깐 말씀드리면, 발달장애는 특히 공존질환이 많습니다.

A군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후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지적장애로 진단이 되었는데, 유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일상생활에서도 사회적 상호작용이 힘들고 반향어도 있었어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의 특성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지능검사상에서 점수가 낮으니 지적장애로 진단을 받게 된거죠.

여러분은 혹시 지능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능검사는 시험처럼 표준화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표준화된 문항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 지능검사를 실시해도 그 문제가 똑같다는 거에요. 그래서 만약 연습을 비슷한 유형을 많이 시키면 그 검사의 신뢰도가 오염될 수 있겠죠. 실제 능력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검사의 상황이나 당시 수검자의 상황에 따라서 실제 능력보다 더 낮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적장애다 라고 판정을 하게 될 때, 이 지능검사 점수가 매우 크게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지능검사와 똑같은 문제를 연습시키거나 비슷한 유형을 많이 접하게 되면 지능검사 점수가 어느정도 상승할 여지가 있습니다.

A군의 경우도 학교생활을 할 때 부모님께서 과외를 계속 시키기도 하고, 꾸준한 학습을 통해 지능검사 점수가 78점이 나온거죠. 지적장애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지능검사 점수가 70점 미만, 69점 이하가 나와야 하는데, 장애 재등록 시 지능검사가 78점이고 여기에 다른 사유들이 더해져 장애진단이 취소가 된건데요. 당사자나 부모님 모두 이러한 상황에 당황스럽고, 미래에 대해 암담하게 느껴지는 상황이에요.

표면적으로는 장애진단이 취소되었으니 그만큼 더 좋은 기능을 가지게 된 것이고, 지능도 높아진 것이니 잘된 일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지능 8점 높은 것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충분히 사라지게 하는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큰 문제들이 있습니다. A군의 경우 자폐성향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사회적 상호작용이 힘들어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자폐성 장애로 새롭게 장애를 진단받으려 해도. 이미 청소년기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폐스펙트럼으로 진단을 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장애인이라고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기 쉽죠.

장애진단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막인데 장애진단이 취소되며 A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져 버린겁니다. 무엇보다 이 A군을 도울수 있는 방법이 없어 더 난감한 상황이에요.

발달장애 아동이나 청소년, 성인들까지 조금 더 현실적인 여건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이, 장애등록에 대해서 장애인이다 아니다. 이렇게 구분짓고, 장애등록이 안되면 도움을 줄 수 없다. 결정지어져 버리는 부분이 안타까워요. 모든 장애가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발달장애의 경우 장애의 경계가 불명확하고 장애다 아니다 구분짓기 참 힘들어요. 인간의 발달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장애 진단 및 등록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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