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딜레마

우채윤 승인 2024.03.23 16:21 | 최종 수정 2024.03.23 16:24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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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함께 하는 세상 만들기 - 우채윤의 '발달장애 이야기' 를 편집한 내용입니다.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의 경우 상담을 할 때 발달장애인 본인을 검사 및 상담하기도 하지만 제일 처음은 주양육자인 어머니를 먼저 상담해요. 요즘은, 발달 교육 측면에서 보면 예전보다 엄마에게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되는 측면이 있어요.

엄마가 민감하지 못해서 자녀의 장애를 너무 늦게 발견하거나, 발견하고도 장애일까봐 두려워서 진단이 늦거나 해서 조기개입의 시기를 놓쳤다는 건데요. 또 진단을 받고 치료실을 다녀도 집에서도 엄마가 치료실과 똑같이 해줘야 한다는 치료사,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어머니들한테 강조하고 있는 거죠. 이런 엄마를 "프로 엄마"라 칭하고는 하는데, 이런 프로페셔널한 엄마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어머니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엄마라는 겁니다. 참 엄마 되기 너무 힘들다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실거에요.

신경발달장애는 조기진단과 조기개입이 강조되고 있어서 더 그런 면이 있어요. 내 자녀를 세심히 관찰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고 조기개입이 늦어지면 예후가 안 좋으니까 자녀의 다름을 빨리 감지하는 “발견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녀를 세심히 관찰하는 더욱 민감한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 거죠.

그런데 또 한쪽에서는 이런 민감한 발견자로서의 어머니 모습을 비판하는 경우도 있어요. 언젠가 자연스럽게 발달할 일을 너무 유난을 떠는거 아니냐,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는게 병이다.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엄마로 치부하는 거죠.

어떤 어머니는 상담하실 때, 내가 내 자녀가 다르다고 느끼고,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서 얘기하는데 왜 자꾸 옆에서 괜찮다. 너가 예민한거다 이런 말을 하는지 책임질 것도 아니고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자기보고 유난이냐고 말하는 거냐. 엄청 화내시는 분도 있으세요. 양육스트레스 괜히 생기는게 아니라는 것이 느껴지시죠.

두 사례를 전해드리면요, A부모님은 아이가 4세때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고, 아이가 말이 느리다고만 생각했었다고 해요. 그런데 전문가들이 만 36개월까지가 조기개입의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자기가 늦게 발견했기 때문에 아이는 장애가 더 심해질 것이라 자책하고 계세요.

B부모님은 아이가 ABA 치료와 언어치료에서 받은 수업을 열심히 배워서 그대로 집에서도 시키고 있어요. 관련 서적을 보면서 연습하고, 부모 모임을 통해서 ABA 치료방법에 대해 배운다고 하시더라구요. 잠을 줄이고 공부하고 연구한만큼 제 아이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아이는 이러한 노력으로 발달하는 건지 그냥 때가 돼서 크는 건지 이제는 모르겠다고 하시구요.

부모님들 모두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완치와 거리가 먼 하나의 장애, 다름이라는 것을 인지는 하고 계시는데, 그래도 완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하고 계셨어요. 많은 어머니들이 뭔가 확신은 없어도, 아이의 손을 잡고, 치료실과 발달센터를 열심히 다니시고, 집에서도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장애의 발견자로서, 교육자로, 치료사로, 양육자로 살고 계셨습니다.

아이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단 1퍼센트라도 도움이 된다면, 엄마는 포기할 수가 없어요. 자녀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왜 방해하느냐는 비난도 귀에 들어오지 않으실 거에요. 아이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사회에 적응할 수 있고, 함께 어울릴 수 있고, 언어로 소통하게 된다면, 말이죠.

그러니 어떤 엄마가 돼라, 어떤 엄마는 되면 안된다. 이런 훈수보다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해주는게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어머니가 자폐스펙트럼 장애 자녀에게 근거 있고, 적절한 치료 내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부모, 어머니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과 지원을 해줘야 하는거죠.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 30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보호자가 발달장애인을 적절하게 보호 및 양육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미국 장애인교육법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영유아에 대한 조기개입의 원칙을 가족중심 조기개입을 중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구요.

어머니와 가족의 상황을 좀 더 세심히 이해하고,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좀 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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